은퇴를 앞둔 50대 직장인 A 씨는 3년 전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한 아파트 단지 내의 상가를 5억 원에 분양받았다.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300만 원의 임차인이 들어오기로 돼 있다는 분양 업체의 얘기가 매력적이었다. 계산해 보니 투자수익률이 연 7.5%나 됐다. 연 5%대였던 전국 상가 평균 수익률을 웃도는 수치였다. 하지만 은퇴 후 ‘월세 월급’을 300만 원씩 받을 수 있다는 그의 꿈은 계약한 지 1년도 안 돼 산산조각이 났다. 임차인이 갑자기 가게 문을 닫고 나가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 A 씨는 급하게 새 임차인을 찾았지만 다들 “월세가 너무 비싸다”며 손사래를 쳤다. 알고 보니 이 지역의 상가 월세는 평균 180만 원 안팎이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월세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가는 4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초저금리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상가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때일수록 옥석을 제대로 가려 투자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어떤 상가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2030 미혼 여성’이 모이는 ‘알짜 상가’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동인구와 상주인구가 적절히 섞여 있는 지역에 위치한 상가가 ‘알짜’ 상가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구의 강남역 일대, 서울 강동구의 천호역 일대처럼 아파트들이 몰려 있으면서 쇼핑하러 오는 다른 지역 사람도 많은 상권이 좋다는 것이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사장은 “서울 강남역의 경우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30%는 상주인구, 70%는 유동인구이기 때문에 상권이 늘 살아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유동인구 중에서 ‘2030 미혼 여성’이 많은 상권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은 “20, 30대 미혼 여성들은 소비 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이들이 많이 가는 곳은 장사가 잘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상권에 특별한 문화가 있다면 더욱 좋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근처와 대학로처럼 젊은이들의 공간이란 이미지가 강하고 문화행사가 끊임없이 열리는 곳에는 늘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적당하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꾸준히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며 “다만 투자하기 전에 아파트가 재건축사업에 들어가 입주민이 이주할 가능성은 없는지, 주변에 대형마트가 생기진 않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으로 지하철역이 가깝고 지하철과 버스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상가는 유망한 편이다. 또 지형이 가파르지 않고 평평한 곳은 상권의 ‘혈 자리’로 알려져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경사가 있는 지역의 상가는 걸어 다니기가 힘들어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평지에 있는 상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은 곳은 유의해야
한약재 상가, 의류 상가 등 특정한 업종만 모여 있는 테마상가는 피하는 게 좋다. 고 지점장은 “요즘은 한 빌딩 안에서 식사, 쇼핑, 영화 감상 등을 한꺼번에 하는 추세라서 한 품목만 다루는 테마상가는 인기가 없다”고 귀띔했다.
테마상가와 달리 다양한 업종을 끼고 있는 복합쇼핑몰은 인기가 높은 편이지만 ‘무늬만 복합쇼핑몰’인 스트리트형 상가는 주의해야 한다. 길을 따라 다양한 업종이 길게 늘어선 스트리트형 상가는 겉보기엔 코엑스 등 복합쇼핑몰과 비슷하지만 한 건물 안에 비슷한 점포가 문을 열 수 있고 공실이 생길 수도 있다.
신도시에 있는 상가 중에서는 주변에 광역교통망 등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곳은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신도시 내 중심상업시설에 들어서는 대형 분양상가는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같은 지역 단지 내 상가나 근린상가보다 유동인구를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상가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짜고 고가의 임대료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외곽의 미분양 단지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료를 높게 정해 두고 투자자를 유인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신축 상가일수록 임차인들을 만나서 허위 임차인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은퇴자일수록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마음으로 상가를 찾으라고 강조한다. 창업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은퇴 후 2년 정도는 관심 있는 업종의 상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자문하고 시장조사를 하는 등 철저히 사전준비를 한 뒤에 상가 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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