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해설가 하일성 씨(65·사진)는 4년여 전 서울 강남지역에 시가 100억 원 상당의 빌딩 한 채를 갖고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 업자인 50대 조모 씨는 해당 빌딩 근처에 큰 쇼핑몰이 들어선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하 씨에게 건물을 매각하라고 권했다.
하 씨는 매각을 대행해 주겠다는 조 씨의 말을 믿고 그에게 인감 및 부동산 매각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넘겼다고 한다. 빌딩은 곧 매각됐지만 조 씨는 하 씨에게 매각 비용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하 씨는 조 씨의 행동을 괘씸하게 여겼지만 경찰에 고소하지는 않았다. 공인으로서 괜한 구설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고 고소한다고 해서 당장 돈을 돌려받지는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하 씨는 양도세 등 세금 약 10억 원을 미납한 체납자가 됐다. 이는 방송 출연이 거의 없던 그의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은행권 대출도 쉽지 않았다. 간신히 6억여 원을 모아 납부하고 나머지는 사채를 끌어다 메워나갔다.
본인 소유 자택과 외제차도 처분했다. 하지만 사채 이자는 계속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하루에 수백 번씩 하 씨에게 전화를 걸거나 가족을 찾아가 협박했다.
지인 박모 씨(44)에게 돈을 빌린 것은 그 무렵이다. 하 씨는 지난해 11월경 박 씨에게 “강남에 내 명의였던 빌딩 때문에 세금 5000만 원을 내지 못했다”며 “3000만 원만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박 씨는 선(先)이자로 60만 원을 뺀 2940만 원을 빌려줬다.
이후 박 씨는 8개월 넘게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올 7월 하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 씨는 지난달 말 경찰에 출석해 모든 혐의를 시인했다. 하 씨는 “월 1200만 원가량 벌지만 워낙 빚이 많아 박 씨에게 빌린 돈을 미처 갚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하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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