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렌터카 ‘휴차료 폭탄’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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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에 수리 끝내놓고 “16일간 운행 못한 비용 내라”… 현금으로 내면 깎아준다며 속임수
정비업체와 짜고 기간-비용 부풀려… 소비자원 피해접수 1년새 67% 늘어

여성 운전자 A 씨(28)는 최근 소셜커머스를 통해 ‘태경렌트카’라는 저가 렌터카업체에서 하루 대여료가 4만 원인 승용차를 빌렸다가 낭패를 봤다. 가드레일과 충돌해 차량 앞부분이 일부 찌그러지는 사고를 낸 A 씨는 차량을 반납하는 자리에서 업체 직원에게 현금 114만 원을 당장 내놓으라는 말을 들었다. 수리비 50만 원과 수리 기간 동안 휴차료(차를 운행하지 못하는 데 따른 비용) 64만 원을 청구한 것. 해당 업체는 “수리 기간이 3주 정도 걸리지만 16일 치 휴차료를 지금 현금으로 주면 그 이상의 책임은 묻지 않겠다”며 돈을 주기 전엔 보내줄 수 없다고 했다. 겁먹은 A 씨는 일부 금액을 현장에서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렌터카로 사고를 낸 소비자에게 처리 비용을 바가지 씌우는 저가 렌터카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다. 수리비나 수리 기간을 부풀려 휴차료를 현금으로 챙기는 식이다. 실제 A 씨가 정비소에 확인한 결과 사고 차량은 3일 만에 수리를 마쳤다. 업체는 “고객이 잠적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돈을 받아 뒀다가 정비가 일찍 끝나면 남은 돈을 돌려줄 계획이었다. 연락하는 걸 잊었다”며 휴차료를 환불해 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비소 관계자는 “엔진 점검까지 다 한다고 쳐도 이 정도 고장으로 보름 넘게 수리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렌터카 업체가 지정 정비소와 짜고 소비자를 속일 경우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한 정비소 관계자는 “작은 렌터카업체일수록 정비소와 짜고 수리기간을 늘려 휴차료를 덤터기 씌우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2, 3일 만에 수리 맡긴 차를 찾아가서 영업을 돌리고, 사고를 낸 소비자에게는 휴차료를 챙기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렌터카업체의 횡포로 소비자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렌터카 피해 접수 건수는 2013년 131건에서 지난해 219건으로 67.2% 증가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수리비 등 과다 배상 요구(단순 흠집 포함)’가 31.2%로 가장 많았고, ‘취소 시 예약금·대여요금 환급 거부’(25.8%), ‘사고 경중 구분 없이 동일한 면책금 요구’(17.1%) 순으로 많았다.

상품기획자(MD)가 업체를 선별해 계약을 맺는 소셜커머스에 입점해 있더라도 이런 바가지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셜커머스에서 사고 처리 관행까지 일일이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현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 자동차팀장은 “싼 이용료에 현혹되지 말고, 지정 정비소에서만 수리를 해야 한다는 등 불합리한 약관 조항이 있는지 소비자가 사전에 꼼꼼히 챙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렌터카#휴차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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