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직장인 김모 씨(31)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다 좌절하고 말았다. 김 씨와 예비신부가 각자 살던 원룸 2곳의 전세 보증금을 합해도 1억5000만 원 남짓밖에 안 돼 서울에서 주거 환경이 좋은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고민 끝에 경기 부천시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김 씨는 “전세금을 대출받을까 고민해 봤지만 매달 이자를 내려고 생각하니 그 부담도 만만치 않아 집값이 싼 경기도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비싼 주거비 때문에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12일 통계청이 내놓은 ‘3분기(7∼9월) 시도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서울에서 순유출된 인구는 작년 동기 대비 3만7520명이었다. 2002년 2분기(4∼6월)에 4만2078명이 순유출된 이후로 13년여 만에 가장 많은 사람이 서울을 빠져나간 것이다.
서울 인구는 2009년 1분기(1∼3월)에 8727명이 순유입됐지만 그해 2분기부터 6년째 계속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서울의 전세금이 빠르게 오르는 등 주거비가 상승하면서 인구 순유출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전세난은 다른 지역보다 더 심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은 3억8875만 원으로 지난해 말(3억3859만 원)보다 5016만 원 올랐다. 같은 기간 평균 전세금이 2523만 원 오른 경기 지역 아파트의 갑절 수준이다.
서울에 이어 대전(―4279명)과 부산(―3064명)의 인구가 많이 빠져나갔다. 반면 서울 인구를 흡수한 경기(2만5919명)와 대전·충청 지역에서 이동한 사람이 많아진 세종(1만2264명)은 인구가 순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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