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누리과정 예산 싸움’… 법적 책임은 교육청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보육대란 올라” 부모들만 불안

최근 전국 17개 교육청이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14곳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음에 따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 보육대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어린이집의 무상보육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 사이에 지난해와 똑같은 파행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13일 현재 17개 시도 교육청의 예산안을 살펴보면 내년에 필요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1350억 가운데 무려 2조127억 원이 부족하다. 6개월분을 편성한 대구(382억 원)와 경북(493억 원), 9개월분을 편성한 울산(349억 원)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 매년 파행 거듭되는 까닭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정책 진행 과정에서 예산 부담 주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 3월부터 만 5세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을 시작한 데 이어 2013년부터 이를 만 3∼4세로 확대했다. 정부는 이에 필요한 재원을 초반에는 국고와 지방비로 분담했으나 단계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국회는 기존에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편성하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넘겨 편성한 2013년 예산안을 의결함으로써 이에 동조했다. 이어 정부는 유아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2015년부터는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도 교육감들은 관계 부처와 국회가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교육청은 배제됐고, 교육청의 예산 현황을 보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경기 침체로 정부가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 중 관세와 목적세를 제외한 내국세의 20.27%와 국세 교육세 전액)이 줄어드는 추세고 △지난 3년간 누리과정을 지원하느라 전국 시도 교육청의 지방채가 2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5배로 늘었으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려면 초중고교 예산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의 예산 중에서 매년 불용액이 1조 원 이상, 이월액이 2조 원 이상 발생하는 등 지방 교육청이 재정을 방만하게 쓰고 있으며 △내년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보다 1조8660억 원 증가하고 △대부분 시도 교육청에서 명예퇴직 보전금과 학교 신설비용이 줄어드는 등 재정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법적 책임은 시도 교육청에

현재 누리과정의 관리 체제는 유치원의 경우 교육부 및 교육청, 어린이집의 경우 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는 실정이다. 시도 교육청 입장에서 보면 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을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육기관에 해당하는지는 실질적으로 교육을 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정한 공통의 교육·보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자연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 담당자는 “누리과정이란 유아교육법상의 교육과정과 영유아보육법상의 보육과정을 통합한 공통 교육과정이므로 당연히 시도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만약 시도 교육청이 끝까지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할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급할 때 해당 예산을 아예 떼어내고 지급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경남도도 교육청이 아닌 도 자체 예산으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편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는 지방재정법에 위배된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시도 교육청이 법적 지원 의무를 지고, 중앙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높이는 등 재정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보육#누리과정#교육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