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의 여파로 후원이 줄면서 대다수 사회복지기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정부 지원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각계의 따듯한 마음을 모아 힘든 이웃을 돕는 ‘위기가정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복지사각 위기의 가정에 희망의 손길을’이라는 공동기획을 5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
○ 세 가족 생계터전 포장마차
16일 오후 2시 전남 여수시 교동시장 하천가 골목길. 최혜영(가명·32·여) 씨가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를 맞으면서 리어카를 끌고 왔다. 최 씨는 2시간 동안 냉장고, 탁자, 의자 등을 나르고 안줏거리를 진열하며 영업 준비를 했다. 그는 포장마차 서빙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영업 채비를 마친 그는 어디론가 발길을 재촉했다. 궂은비를 맞으며 도착한 곳은 집이었다. 초등학생 남매의 저녁식사를 챙긴 뒤 다시 포장마차로 돌아왔다.
배터리에 의지한 전등이 어둠을 밝히자 손님이 하나둘 찾아왔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진 새벽이 되자 그는 다시 리어카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장마차가 있던 자리에 무거운 짐들을 그대로 놔둘 수 있었지만 단속이 강화되면서 영업 준비와 뒷마무리 시간이 두 배가량 늘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귀가한 그는 서너 시간 쪽잠을 자고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위해 일어나 또다시 고된 하루를 시작한다. 최 씨는 “남들이 뭐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두 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애들에게 간식조차 제대로 사주지 못할 때는 또래들처럼 멋을 부리고 즐기고 싶은 상상마저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116개월째 쌓인 건강보험 독촉장
최 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대기업 생산직에 취업했다가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인 여수로 내려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2004년 병원에 근무할 당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3년 만에 이혼했다. 최 씨는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아 친정에 몇 천 원을 빌리러 간 적도 있다”고 했다.
이혼 후 마트와 정육점에서 일하던 그는 1년 전부터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운영하는 포장마차를 돕고 있다. 포장마차는 형편이 어려운 모녀를 위해 친척이 마련해줬다. 다리가 불편한 최 씨의 어머니가 요리를 하고 그는 서빙을 하고 있다. 최 씨는 포장마차에서 한 달에 90만 원 정도를 벌지만 생활비는 늘 부족하다.
최 씨의 우편함에는 116개월째 건강보험료 독촉장이 쌓여 있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인 아이들이 아플 때엔 나중에 한꺼번에 내겠다고 약속한 뒤 어렵게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임대아파트 월세·관리비, 전기료, 도시가스요금도 몇 개월씩 밀려 있다.
우편함에 쌓인 빨간색 줄이 그어진 각종 공과금 독촉장은 힘든 결혼생활과 홀로 두 자녀를 키우는 버거움의 자국이었다. 최 씨는 “열심히 살아도 독촉장이 항상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주위에서 ‘왜 저렇게 살까’ 하고 비웃을 것 같다는 자격지심마저 든다”고 했다.
올 6월 독촉장이 너무 많이 쌓여 단전·단수 위기에 절망하고 있을 때 아들(10)이 학교에서 위기가정 지원사업 신청 안내문을 가져왔다. 최 씨는 위기가정 지원사업을 신청해 전기료, 도시가스요금 등 급한 불을 껐다.
최 씨를 돕고 있는 여수 쌍봉종합사회복지관 한정수 팀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후원한 위기가정 지원사업비 200만 원으로 체납한 공과금 370만 원 가운데 일부를 납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관은 부족한 공과금을 해결해줄 후원자를 찾고 있다. 최 씨는 “위기가정 지원사업이 절망의 순간에 희망 불씨가 됐다”며 “애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위기가정 지원사업은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을 찾아내 돕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2974가정이 48억 원을 지원받았다. 위기가정 지원사업 신청 문의는 중앙위기가정지원 콜센터(1899-7472) 및 홈페이지(http://18997472.or.kr),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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