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충무아트홀, 교육비 88% 지원… 중학생 11명에 전문교육
5만원 내면 현역 배우들이 레슨 “11월 27일 첫 공연 설레요”
“자, 무대 여기저기에 큰 대(大)자로 누워서 자고 있고…, 이제 경찰이 무대로 들어온다. (중략) 그리고 가난뱅이들은 지친 모습으로 천천히 일어나며 화장실 앞에 줄을 선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연습실. 뮤지컬 ‘유린타운(Urine town)’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유린타운을 우리말로 옮기면 ‘오줌마을’. 물이 부족한 어느 마을에서 이른바 ‘화장실 사용권’을 소재로 권력 남용과 물질만능주의, 환경 등 사회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연습에 참가한 배우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니다. 모두 중학생들이다. ‘청소년 뮤지컬 배우 되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금호여중과 장충중 등 2개 학교 학생 11명이다. 지난달부터 방과 후 수업으로 수·금요일 2시간 동안 연습을 하고 있다. 대부분 뮤지컬 배우나 가수, 작곡가가 꿈이다. 처음 배우는 뮤지컬이지만 아이들의 열정은 전문배우 못지않았다. 아이들은 노래로 말하고 춤으로 교감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연습이 끝나자 피아노 연주에 맞춰 창작곡 ‘내 모습’이 울려 퍼졌다. 음악감독인 김길여 씨(38·여)가 아이들과 ‘10년 후 나의 모습’을 인터뷰해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붙였다.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다.
강사는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 배우들과 연출진이다. 뮤지컬 안무와 연기 보컬 3개 분야로 나눠 기초부터 하나씩 배우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위키드’ ‘겨울왕국’ 등 청소년들에게 익숙하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골라 직접 대본 각색이나 편곡을 한다. 학생들은 작품에 맞는 감정 표현 방법, 노래·안무, 장면 연기 등을 따라한다. 이날 연습한 ‘유린타운’도 30∼40분 분량으로 재구성해 27일 충무아트홀 무대에 선보인다. 최서연 양(14·금호여중 2년)은 “작은 공연이지만 벌써부터 설레고 긴장된다”면서 “뮤지컬을 배우면서 작곡가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아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뮤지컬 배우 되기’는 청소년들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주기 위해 중구와 충무아트홀이 올해 처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 신청자 50여 명 가운데 끼와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했다. 교육비 42만 원(1인 기준) 가운데 중구가 37만 원을 지원하고 아이들은 5만 원만 부담한다. 보통 개인레슨을 받으려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을 내야 한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지역 문화예술기관과 협력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경험하기 힘든 전문적인 특기 적성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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