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고용허가제 시행 12년째가 되는 해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이 산업연수생제도로부터 고용허가제로 변화·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과거 산업연수생제도 아래서 상당한 비용을 내야 한국에 올 수 있었던 이주 근로자들은 2004년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 근로자들과 똑같은 권리를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2011년 유엔 공공행정상 대상으로 선정됐고, 2010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아시아의 선도적 이주관리 시스템’으로 소개됐다. 이런 고용허가제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과정이다. 기본적 언어능력은 사업주와 근로자 간의 오해와 논쟁을 막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사업장 또는 외국인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 제도가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각 송출 국가와 협업해 귀국 후 보험금 찾아주기 사업을 추진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에 매우 적극적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귀국한 후에도 15개국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EPS센터를 통해 산재보험을 신청할 수 있다. 다른 인력 도입 국가에는 없는 차별화된 제도로 한국 정부의 책임감을 보여준다. 끝으로 불법체류 감소를 위한 ‘자발적 귀국 프로그램’이다. 산업인력공단은 외국인 근로자가 귀국 후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중장비 운전, 용접, 금속표면 처리 등의 직업훈련을 무료로 실시한다.
이런 고용허가제를 통한 동아시아 근로자들의 인력 이주가 한국의 부족한 노동력을 어떻게 채워 나가며 양국의 개발과 발전에 기여해 나가는지를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고용허가제가 이주근로자 문제를 해결할 묘책은 아니지만 그 안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담고 있다.
열린 논의와 사회적 대화가 충실히 이행된다면 고용허가제는 아주 오래전 세계가 갖고 있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30여 년 일한 뒤 이주전문연구기관인 영국 옥스퍼드대 이민정책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국제이주노동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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