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니스커트 등 보편화돼 초상권 같은 민사소송으로 풀어야”
특정부위 촬영은 수치심 유발 유죄
여성의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거나 이를 유포하는 ‘몰카’ 범죄를 형사처벌하는 기준은 뭘까.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통상적인 촬영 각도로 찍는 것도 처벌 대상일까.
최근 법원에서는 몰카 범죄의 처벌 경계선을 가리는 판결이 나왔다. 올해 4월부터 5월 중순 사이에 58차례에 걸쳐 여성의 몸을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 씨(36) 사건에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13일 이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58건 모두 유죄 판결이 난 건 아니다. 허벅지 일부를 근접 촬영하거나 치마 속을 촬영한 42건은 유죄로, 전신을 촬영한 16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박 판사는 피해 여성의 성적 수치심 유발 여부를 처벌 기준으로 삼았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경우 처벌한다’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박 판사는 짧은 하의를 입었더라도 특정 노출 부위가 아닌 전신 촬영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보지 않았다. 박 판사는 “유교 성향이 강했던 우리 사회도 시스루, 핫팬츠 등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노출이 심하다고 그런 옷차림을 한 여성의 ‘전신’ 촬영까지 처벌 대상으로 보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행위는 초상권 침해에 따른 민사소송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 문제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직장인 서원호 씨(27)는 “평범한 시민이라면 여성을 몰래 촬영할 일이 없고, 신체의 일부든 전체든 촬영만으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법의 처벌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고 했다. 반면 대학원생 임모 씨는 “형량이 무거운 만큼 무고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율터법률사무소 신현호 변호사는 “단순 전신 촬영이라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해 해당 조항의 처벌 기준으로 ‘촬영 대상’이 아닌 ‘의도’를 보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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