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미국에서 장세주 카지노 전산자료 새로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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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검찰, 카지노 전산자료 보내와… VVIP룸서 딜러와 1대1 도박
검찰 “항소심때 증거로 제출”

회삿돈을 빼돌려 해외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선고(19일)를 앞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62)이 미국 카지노에서 10여 년간 베팅한 액수가 1억 달러(약 1170억 원)에 이른다는 취지의 미국 카지노 내부 전산자료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는 ‘총 82억 원 이상의 도박’이라는 기소 당시 혐의를 크게 뛰어넘는 액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수사관을 보내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에게서 DVD 자료를 건네받았다. 미국 검찰이 한국과 형사사법공조 차원에서 제공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카지노 내부 전산자료다. 분량이 방대해 DVD에 담아 전달됐고, 결심공판 하루 전에야 자료를 확보한 검찰은 밤을 꼬박 새워 분석에 나섰다.

윈 카지노가 장 회장에게 부여한 카지노 회원 등급은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플러스’였다. DVD에는 장 회장이 도박장 예약을 위해 이용한 여권 및 각종 기록은 물론이고 △방문 일시 △실제 게임시간 △방문 시 평균 베팅 액수 등 ‘로데이터’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장 회장은 윈 카지노 VVIP룸에서 딜러와 일대일로 도박을 했다. 한 차례 방문 시 20시간 동안 바카라 도박을 했고 1회 베팅액이 평균 20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바카라는 게임 속도가 빨라 시간당 최소 40회는 진행된다는 점에서 검찰은 10년여간 장 회장의 베팅 액수가 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100억 원 안팎의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이나 일부 프로야구 선수의 도박 의혹 액수로 거론되는 수억 원∼10억 원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다. 검찰 관계자는 장 회장의 도박 액수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했지만 13일 결심공판에 출석한 검사는 법정에서 “장 회장의 누적 베팅 액수가 최소 1000억 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미국 검찰이 자국 카지노의 내부 전산자료를 한국 검찰에 제공한 것은 처음이다. 미 당국은 장 회장이 미국 내 회사 자금을 끌어다 카지노에 쓴 사실이 자국 국세청(IRS)에 적발된 점 등을 고려해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카지노 업체들은 고객의 평균 베팅 액수와 도박 시간 등을 정확히 산정해 그 비율에 따라 식사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수치가 비교적 정확하다는 평가다.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이 자료를 1심 재판의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하자 변호인 측은 “증거 조사 시간이 필요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재판부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추가 자료의 증거 채택을 선고 직전 요구하는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제출하겠다며
요구를 철회했다. 장 회장은 이날 “도박한 것은 맞지만 휴식이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장세주#동국제강#도박#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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