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켜요 착한운전]3년간 버스사고 사망 83%가 보행자
택시는 종로2가-지하철역 주변 위험… 겨울철 치사율 높아 주의 필요
17일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 부산에서 올라온 직장인 최성호 씨(39)는 서울역 맞은편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러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출발하는 버스에 부딪힐 뻔했다. 최 씨가 시청 방면 7번 승강장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는 7개. 그중 2개는 신호등이 있지만 나머지 5개는 택시나 버스 전용인 단독 차로라 신호등이 없다. 최 씨는 “택시와 버스가 계속 지나는 데다 3, 4번 승강장 사이는 편도 5차로나 돼 사고가 날까 겁이 난다”고 했다.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는 택시와 버스 승강장이 7개나 되는 대중교통 중심지다. 이곳을 지나는 버스 노선만 87개에 달한다. 택시와 버스, 보행자가 뒤섞여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기차 시간에 쫓기거나 대중교통으로 환승하기 위해 버스나 택시 앞으로 뛰어드는 보행자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 보행자 교통사고도 잦았다. 교통안전공단이 2012년부터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버스 사고 5723건을 분석한 결과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 횡단보도에서만 12건의 보행자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7명이 크게 다쳤다. 중앙버스차로도 보행자 사고에 취약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건 이상의 버스 보행자 사고가 발생한 7곳 모두 중앙버스차로 구간이었다. 교통안전공단 박수정 연구원은 “횡단 거리가 일반 도로보다 짧아 무단횡단이 빈번하고 배차 시간 때문에 신호를 위반하는 버스가 많아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버스 사고는 보행자 치사율이 특히 높다. 서울시 버스 사고 사망자(137명)의 83.2%(114명)가 보행자였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가 38.7%(1843명)였던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큰 차체에 부딪히는 충격이 일반 차량보다 크기 때문이다.
택시의 경우 지하철역 주변에서 사고가 잦았다. 서울역 환승센터에서는 택시 보행자 사고도 6건이나 발생했다. 종로2가 사거리도 택시 사고 11건, 버스 사고 6건이 발생해 보행자 안전에 취약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차량 운행속도가 낮은 지역에서 무단횡단을 하거나 택시를 잡으러 차도로 내려왔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행자 사고 치사율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높아진다. 교통안전공단 박웅원 미래교통전략처장은 “가을과 겨울의 보행자 사고 치사율(4.35·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봄과 여름(3.34)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며 “추운 날씨로 인해 보행자의 반응이 느려지고 밤이 길어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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