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낸 기부금 중 3분의 1을 40대가 낼 정도로 한국의 기부문화는 40대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복지, 문화예술 단체에 내는 자발적 기부금 총액은 5년 만에 3배 가까운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일각에서 기부금에 대한 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꾼 뒤 기부금이 줄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고액 기부를 포함한 기부금 액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근로소득자의 기부금 명세서 현황’에 따르면 법정기부금, 지정기부금 등을 합한 전체 기부금(6조6993억9700만 원·2013년 기준) 중 40대가 낸 금액은 2조2660억4100만 원(33.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가 31.6%, 30대가 21.5%, 60대가 7.4%였으며 20대 이하는 4.2%에 그쳤다. 기부에 참여한 사람 수를 기준으로 계산해도 40대가 34.8%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8.1%에 불과해 격차가 컸다.
연령에 따른 기부금 격차는 정치기부금에서 크게 드러났다. 2013년 기준 정치자금 기부금 가운데 중장년층(40, 50대)이 낸 금액이 66.9%나 된 반면 청년층(20, 30대)이 낸 금액은 10.1%에 불과했다.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정치기부금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40대가 기부문화를 주도하는 이유는 40대가 근로소득자로서 정점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20대 젊은층은 취업난에 시달리거나 사회생활을 갓 시작해 생활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기부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40대 직장인이 소득이 많거나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기부문화를 주도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 기부금 총액 4년새 5조2390억→6조6994억 ▼
총소득에서 기부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대가 0.88%였지만 20대는 0.46%였다. 또 직장인의 수는 30대가 40대보다 더 많았다. 김석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외협력본부장은 “40대가 되면 직장이나 가정에서 대부분 안정을 찾아 가기 때문에 기부에도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기는 시기”라고 말했다.
연간 기부금 총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기부금 총액은 2009년 5조2389억6100만 원에서 2013년 6조6993억9700만 원으로 5년 동안 1조4604억3600만 원(27.9%) 증가했다. 올해(1∼9월) 기부금 모금 상위 10개 단체의 개인 기부금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했다는 최근 기획재정부의 발표 자료를 볼 때 기부금에 대한 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꾼 2013년 세법 개정 이후에도 기부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체 기부금뿐 아니라 고액 기부 역시 증가했다”면서 “공제율 상향 등의 세제 개편이 일반 국민의 기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십일조, 감사헌금 등으로 종교단체에 내는 돈보다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하는 금액이 크게 늘었다. 종교단체 외 지정기부금 규모는 2009년 4573억1300만 원에서 2013년 1조2970억3800만 원으로 183.6% 급증했다. 기부에 참여한 인원도 같은 기간 4.2배로 많아졌다. 종교단체에 낸 기부금이 같은 기간 10.7%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맹우 의원은 “모금을 통해 여러 분야의 이슈를 제기하는 단체가 많아졌고, 이들이 홍보와 모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어 기부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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