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경찰들이 증언한 폭력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민노총 위원장 조계사 은신]
“위험하니 내려가라 말하는 순간 보도블록 날아와”
왼쪽 눈 밑 3cm 찢어져 응급수술… 무방비 상태서 각목으로 맞기도

지난 주말 시위대가 던진 보도블록에 맞아 중상을 입고 경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정숙현 경위.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지난 주말 시위대가 던진 보도블록에 맞아 중상을 입고 경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정숙현 경위.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전쟁터 같았다. 14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는 흥분한 시위대의 폭력으로 뒤덮였다. 정숙현 경위(41)가 속한 서울경찰청 41기동대는 종로에서 청와대 쪽으로 향하는 시위대의 행진을 저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일부 시위대가 환풍구 난간을 밟고 경찰 버스 위로 올라오려 했다. 정 경위는 시위 해산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말이 들릴 수 있도록 쓰고 있던 헬멧을 얼굴 위로 올려 “위험하니 내려가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시위대가 던진 보도블록이 얼굴로 날아들었다.

머리는 멍했고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3cm가량 찢어진 왼쪽 눈 밑에 손을 대니 피가 흥건했다. 동료의 부축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가 8바늘을 꿰매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18일 오후 서울 경찰병원에서 만난 정 경위는 친절한 경찰로 유명했다. 경찰청 홈페이지 ‘모범경찰추천’ 코너에는 정 경위에게 도움을 받은 시민의 글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정 경위는 “대화를 잘한다는 장점을 집회 현장에서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원해서 기동대에 왔다”며 “시위라고 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약속을 지키면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광화문 등 도심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부상당한 경찰은 113명. 이 중 정 경위처럼 중상을 입은 경찰관이 상당수다.

모상현 순경(31)은 오른 손가락의 힘줄이 끊겨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경찰마크를 가슴에 단 모 순경은 광주청 1기동대 소속이다.

모 순경은 7만여 명이 모인 시위 대응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14일 오후 6시 살수차에 물을 보급하던 모 순경의 발 옆에 쇠파이프가 날아왔다. 그래도 모 순경은 물 보급을 위해 버스 아래로 내려와야 했다.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으로 사다리를 짚으며 내려오던 모 순경의 오른 손에 각목이 날아왔다.

이후 2시간여의 수술이 이어졌다. 세 번이나 마취가 풀릴 만큼 통증이 강했다. “파열된 힘줄을 지그재그로 꿰맸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범인 잡는 수사관이 되고 싶어 경찰이 됐다”고 말한 모 순경의 오른손은 재활 치료를 마치더라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시위#부상#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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