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마비시킨 폭력시위 용납 안돼… 종교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민노총 위원장 조계사 은신]
원로-중진 스님들의 따끔한 지적

한국 불교의 총본산인 서울 우정국로 조계사를 정치투쟁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행태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와 중진 스님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6명의 스님은 “불교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짐승을 내치지 않는 자비로운 종교라지만, 그것도 경중을 가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종교시설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돼”

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월주 스님(80·금산사 조실)은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은신과 관련해 “민주주의의 생명은 법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 폭력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총무원이 어려운 입장이지만 한 위원장이 자진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과격시위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이들이 수행 공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계종 원로 의원으로 중앙종회 의장과 호계원장을 지낸 월서 스님(79·법주사 조실)은 “이번에 도심을 마비시킨 불법 시위는 용납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철도노조 때와도 상황이 다르다”며 “12월 2차 대규모 투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한국 불교 1번지인 조계사가 불법 투쟁을 준비하는 장소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시인이자 불교신문 사장을 지낸 정휴 스님(64·화암사 회주)은 1970, 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고 일침을 놓았다. 스님은 “독재 때문에 언로(言路)가 막힌 상태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외로운 목소리를 냈고, 그래서 명동성당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주화의 성지가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대한 온갖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데 은신, 보호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 “절에 왔으면 기도와 반성해야”

조계종 중진으로 익명을 요구한 3명의 스님도 “조계사가 불법 투쟁의 거점이 되면 조계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 스님은 “이유야 어쨌든 절에 들어왔으면 조용히 기도하며 참회하는 게 상식이자 예의”라며 “은신 중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2차 총궐기를 주장하는 것은 종교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도심을 마비시킨 폭력 시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며 “절을 나갈 때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반성과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단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본사 주지인 B 스님은 “종단에서 수배자 때문에 왜 저렇게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장 나가라고 해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왔다면 아예 받아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행 공간인 사찰은 본연의 기능이 지켜지도록 종단은 물론이고 외부 단체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본사 주지인 C 스님은 “종교가 폭력성을 동반한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은신자들이 2차 투쟁을 주도하고 다시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 종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폭력시위#도심#종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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