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돼도 신고 못할 사람 찾아서…”
“간 2억-콩팥 1억5000만원 판매”… 밀매조직 12명 구속-35명 입건
‘간 1억 원, 콩팥 5000만 원.’
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장기 이식 상담’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건 사람들은 모두 이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최모 씨(22) 등 22명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장기를 팔기로 마음먹고 병원에서 건강검진까지 받았다.
최 씨 등의 장기매매를 알선한 노모 씨(43) 일당은 철저히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19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노 씨가 총책을 맡은 장기밀매조직은 중간연결책과 알선책,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대포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은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총책 노 씨는 과거 자신의 신장 매매 경험을 바탕으로 범행을 모의했다. 노 씨 일당은 최 씨 등에게 “간은 일부 이식해도 재생된다. 콩팥은 한 개 없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식으로 유혹했다. 이들은 간과 콩팥을 각각 1억 원과 5000만 원에 사들인 뒤 간은 2억 원, 콩팥은 1억5000만 원에 되팔기 위해 매수자를 찾던 중이었다.
알선책 김모 씨(28)는 8월 동네 후배 최모 군(18·구속)에게 “주변에 없어져도 실종신고를 하지 못할 대상자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최 군은 고아인 이모 군(18) 형제를 소개했다. 이 군 형제는 장기매매가 이뤄지기 직전 경찰에 구조돼 현재 아동보호센터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경찰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노 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장기매매 대상자 등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의 은신처에서 장기매매 스티커 1만8000장과 대포폰 13대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일부 대상자에게 ‘중국행’을 권유한 사실을 확인하고 중국 장기밀매조직과의 연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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