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공무원이 휴직하고 1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정부와 민간 분야의 인사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의 하나입니다. 공무원이 민간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향후 정책 수립 및 집행 등에 반영해 공공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02년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이 기업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해당 기업과 유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2008년 중단됐다가 2012년부터 다시 시행됐습니다. 그때는 공무원이 근무 가능한 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제한됐지만 내년부터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삼성 현대 LG 계열사 등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확대됩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관피아를 막겠다면서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식의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양측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공무원-정부 경쟁력 제고 위해 필요
[贊]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는 정부와 민간 분야 간의 인사 교류 활성화를 통해 행정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정부 경쟁력 증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으로 바람직한 정책 방안이라 생각된다.
공무원의 민간 근무 필요성은 정부와 민간 사이의 역량 격차에 배경을 두고 있다. 1960∼80년대의 국가개발시대에는 정부가 도전적으로 국가 발전 동력사업을 발굴하고, 연구개발을 주도했으며, 민간기업에 사업화를 유도·지원했다. 이 시기에는 정부 역량이 전반적으로 민간보다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기업이 스스로 신사업을 발굴·사업화하고 치열한 국내외 경쟁을 활발히 전개한다. 정부의 선제적인 행·재정적 지원 미비로 인해 민간기업의 새로운 사업이 어려움을 겪거나 국가경제 발전에 제약이 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역량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민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 인적자원의 역량이 정체돼 있다는 점도 민간 분야 인사 교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민간 분야 인적자원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동안 정부의 우수한 인재들은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매몰돼 혁신을 위한 노력과 지속적인 역량 개발이 정체됐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공무원 개인의 역량 개발과 정부 차원의 경쟁력 제고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첫째, 우수한 자질을 갖춘 공무원들이 민간 분야 인사 교류를 통해 국제적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 또는 국민 생활에 밀접한 민간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기업관리전략, 사업 현황 및 변화 추이, 신기술 지식, 미래 대응을 위한 혁신 노력 등과 관련한 경험 및 지식을 습득할 것이다. 공무원들이 직무와 관련한 정책환경 변화 및 행정 수요에 대한 이해와 자발적인 혁신 및 역량 개발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둘째, 민간근무휴직 공무원은 민간에서 습득한 경험과 지식을 동료 공무원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민간의 우수한 성공 요인을 공직사회 전반에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기업이 다양한 혁신적 노력과 시행착오 극복을 통해 성공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경영전략과 의식, 문화 등이 이들을 통해 정부에 원활히 접목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정부와 민간 간의 협력과 정책 교류의 기회를 확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정부와 민간 간의 유착과 특혜 논란 우려로 정부와 민간 간의 인적 교류에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가 민간 분야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도 상호 협력을 통해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민간근무휴직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과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의 이런 기대 효과를 실현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들이 있다. 먼저 민간 분야 인사 교류는 인력계획, 경력개발제도, 보직배치, 교육훈련 등 타 인사제도들과 연계한 전략적 인적자원 관리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민간근무휴직제가 공무원 개인의 역량 증진에 기여하려면 이런 연계가 필수적이다. 정부 차원의 역량 제고에 기여하려면 국가 발전계획 및 정부 인력계획 등과 연결돼야 한다. 또 민간근무휴직자의 선발, 복무관리, 활용 등에 관한 합리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에서 우수한 핵심 인재들을 우선 선발하고, 공무원으로서의 공직관과 명예심을 발휘하고 복귀 후에 공직에 계속 근무하면서 민간의 경험과 지식을 충분히 공유 및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민간 분야 인사 교류의 폐해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민간근무휴직 공무원에 대한 확고한 공직가치의 내재화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휴직자에 대한 보수 논란이나 민간기업과의 유착관계 형성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보수 기준 및 부정부패 방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권용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고질병’ 관피아 척결에 걸림돌 될 것▼
[反]최근 인사혁신처는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정책을 선보이면서 그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정책 중에는 효과가 거의 검증되지 않았거나, 기존의 인사정책과 모순될 뿐 아니라 꽤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 것들까지 포함돼 있어 인사행정학자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중의 하나가 국가경쟁력 강화의 하나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이다. 2002년 처음 도입된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는 공무원의 민간 부문에 대한 이해도 향상과 직무역량 제고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민관 간 유착’의 고리로 활용되는 부작용 때문에 일시 중단과 부활의 험로를 걸으며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이다. 인사혁신처가 이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과거 논란이 됐던 민관 간 유착의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거나, 유착의 문제를 넘어서는 더 큰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이 제도의 활성화를 알리면서 과거와는 다른 운영상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즉 근무할 민간기업의 선정과 취업을 공무원 개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사혁신처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공무원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과 채용 예정 직위, 채용 대상 공무원 직급 등에 대한 수요 조사를 미리 함으로써 계획된 인사 교류 형태로 발전시킬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이다. 이번에 공무원 채용계획서를 제출한 기업들이 채용을 희망하는 공무원의 직급이 주로 고위직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어느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선호하는가라고 물었다면, 1순위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은 과거에 그랬듯이 ‘미래의 인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서 한 발짝도 진전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의도하는 공무원의 민간 부문 이해도 증진이나 직무역량 제고를 통해 앞으로 공직에 복귀한 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인사혁신처의 의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시점에서 인사혁신처는 왜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 제도가 당초의 취지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했던 원인, 즉 기업의 인식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기존의 핵심적인 인사정책과 모순된다는 점이며 마지막으로는 이 제도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기존의 인사정책과 모순된다는 근거가 있다. 작년 세월호 사고 이후에 문제가 부각됐던 이른바 ‘관피아’ 현상의 해결을 위한 인사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그것이다. 관피아는 공무원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거나 규제·인허가 업무를 관장하면서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쳤던 민간기업이나 협회, 로펌 등에 재취업해 정부의 정당한 규제나 법집행을 무력화시키거나 정책의 왜곡현상을 통해 공익을 침해하고 부당하게 특정 기관의 이익에 종사하는 제도화된 탐욕의 카르텔이다. 이 관피아 현상을 막기 위해 그동안 인사혁신처는 퇴직공무원의 민간기업 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따라서 이러한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부터 먼저 제시해야 한다.
또 하나 인사혁신처가 제시한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의 긍정적 효과를 그 근거와 함께 제시하고 그 효과가 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크다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늘 하던 대로 ‘국가경쟁력 강화’와 같은 선언적 효과를 내세우면서 문제가 뻔히 보이는 제도를 겁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인사혁신처는 왜 이 제도가 과거에 중단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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