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방문규]나눔 문화 확산을 기원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가수 김장훈은 독특하다. 평소 많은 연예인이 기부를 하고 있지만, 김장훈의 기부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버는 것의 대부분을 기부한다. 기부를 위해 노래한다고 할 정도다. 그의 파격적인 기부 행태가 반갑다.

나눔의 행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연말연시 행사를 통한 기부금 모집 등 전통적 방법에서 벗어나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재능 나눔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한 기부나 적금을 통해 발생한 이자를 기부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식도 생겨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나눔 규모는 계속 성장해 왔다. 나눔의 한 분야인 기부를 보면 금액이 2013년 기준 총 12조5000억 원으로 2003년의 5조6000억 원에 비해 10년 동안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나눔 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참여율은 32.7%이지만 OECD 평균은 43.5%, 특히 영국은 72.5%에 달한다(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금 규모에서도 우리나라는 0.87%(2013년 기준)이지만 뉴질랜드는 1.35%(2011년 기준), 미국은 2.0%(2013년 기준)에 이른다.

정부도 국민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부금의 세금 공제 대상 사회단체의 범위를 확대해 왔고, 신탁 계약을 통해 기부와 공익사업을 할 수 있는 ‘공익신탁법’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많다. 나눔과 관련된 정책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으며, 현장 활동가와의 소통 창구도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정부는 2013년부터 ‘나눔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나눔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국민과 나눔 관련 민간단체 등 수요자 중심으로 정비하고자 한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단체 간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나눔의 정의와 나눔문화위원회 신설, 나눔문화 활성화 기본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고 조정안을 마련한 상황이다.

‘나눔기본법’을 통해 부처 간 협력 강화와 원활한 조정, 정부와 민간의 소통이 활발해질 수 있다. 또 기부자가 기부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기부연금제도’ 도입으로 ‘계획기부’라는 새로운 나눔의 패러다임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신 분에 대한 예우가 강화돼 많은 국민이 나눔 활동에 동참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믿음과 희망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의견은 각각이겠지만, 자선에 대해서는 인류 전체의 관심이 일치할 것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알렉산더 포프가 한 말이다. 손쉽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생 나눔을 실천한 가수 김장훈이 노인이 돼서도 생활고에 대한 걱정 없이 나눔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나눔기본법이 하루라도 빨리 제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김장훈#나눔문화#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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