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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24>車경적 위급상황때만 사용을
“하루에도 수백 번씩 ‘빵빵’대는 자동차 경적소리를 듣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도 금세 지쳐요.”
3년 넘게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가판대를 운영해온 황모 씨(56)는 하루 종일 왕복 10차로를 지나는 차량 경적소리를 듣고 있다. 이제 어지간한 경적에는 아무 느낌이 없을 정도지만 이따금 버스나 화물차의 요란한 경적이 울리면 깜짝 놀라 귀를 틀어막는다. 황 씨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매일 귀 옆에서 울려대는 경적소리를 듣는 일은 정말 곤혹스럽다. 시내에서 과도하게 울려대는 경적은 정말 소음을 넘어 고통의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자동차 경적은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에게 큰 불편이다. 일반적으로 경적의 크기는 90∼110dB(데시벨). 100dB은 비행장 근처에서 들리는 항공기 이착륙 소리나 야구장에서 막대풍선을 두드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경적이 심각한 도시 소음이 된 이유는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 도로 위 ‘불만’을 표출하는 위협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본보 취재팀은 22일 서울의 주요 정체구간인 영등포로터리를 찾았다. 오후 9시∼10시 1시간 동안 이곳에서 들린 경적은 118회. 경적을 울린 원인을 파악한 결과 ‘상대 운전자의 갑작스러운 차로 변경에 따른 불만 표시’가 가장 많았다. 물론 차로 변경으로 인해 위험이 생겼다면 경적을 울려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관찰한 결과 대부분 본인의 진로에 끼어들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경적을 울렸다. 신호가 바뀐 뒤 앞 차량에 출발을 재촉하기 위해 경적을 울린 경우도 많았다.
자동차 경적을 지나치게 자주 울리면 보복운전이나 분노운전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운전자들이 사소한 일에도 경적을 울리고 다른 운전자가 이를 듣고 화를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다른 운전자가 실수를 하더라도 경적을 자제하고 여유 있게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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