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은 ‘그린사이클(GREENCYCLE)’ 캠페인을 통해 빈 병을 수거하는 환경 보전 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 서울빛초롱축제에서 공병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생각하면 직원들이 새까만 얼굴로 연탄을 나르거나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 김치를 담그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던 것이 사실이다. 또 엄숙한 분위기에서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도 그중 하나다. 이런 활동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과거 비슷비슷한 내용에서 벗어나 기업의 개성을 살리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 회사 임직원들은 저소득층 가정에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을 교체해 주고, 타이어 회사는 여성 운전자에게 차량관리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개성 살린 사회공헌 늘어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2015년 주요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올해 사회공헌활동 계획을 수립할 때 기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과 공유가치창출(CSV) 등 새로운 사회공헌 방식의 도입(60%)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기업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요 기업들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전문 인력과 기술, 시설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임직원의 전문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해 기업별 전문성을 살린 프로보노(Pro Bono)형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프로보노는 라틴어의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란 말에서 유래된 용어로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활동을 의미한다.
대표적 프로보노 활동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저소득층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임직원이 참여해 건설업 직업체험 교육을 하는 ‘주니어 건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 SK는 임직원들이 사회적 기업과 벤처기업 등에 회계, 마케팅, 계약검토 등 경영을 조언하는 ‘프로보노 봉사단’을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한국타이어의 ‘H-Safety 드라이빙 스쿨’, 아시아나의 ‘색동나래 교실’, CJ푸드빌의 ‘꿈★은 이루어진다’ 등이 기업 특성과 연계한 프로보노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자신이 보유한 시설이나 자산을 활용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기업들도 있다.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발생 비율을 줄이기 위해 체험 중심의 교통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대자동차의 ‘키즈 오토파크’와 7세∼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의 원리를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LG 사이언스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롯데와 GS 등 홈쇼핑 기업들은 중소기업유통센터와 연계해 중소기업 제품의 홈쇼핑 무료방송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5개 금융 계열사는 지난해 11월 ‘행복한 김장 나눔’ 봉사활동을 했다. 삼성 제공
포스코는 베트남에서 빈민가정의 주거단지인 포스코빌리지 조성 사업에 한창이다. 포스코 제공
SK텔레콤은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등에서 스마트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 제공
기업끼리 힘을 모아 사회공헌활동 벌이기도
프로보노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은 아니지만 주요 기업들이 힘을 모으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한화, KT, LS, 한진, CJ, 금호아시아나, 두산, 대림, 아모레퍼시픽 등 16개 기업이 참여해 한류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한 재단인 ‘미르’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재단 미르는 참여 그룹으로부터 총 486억 원을 출연금으로 받았다.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한류를 넘어 음식 의류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등 신한류 확산을 통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기반 구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재단에는 평소 문화재단을 운영하거나 문화 관련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등 한류에 관심이 높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축이 돼 전국 농어촌·산간 지역에 어린이집을 건설해 주고 있는 사업도 기업들의 공동 참여로 진행되고 있다. 전경련은 10월 ‘2015 보듬이 나눔이 어린이집 건립 양해각서 체결식’을 열어 13개 지방자치단체와 양해각서를 맺었다. 올해 어린이집 건립을 위해서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13개 그룹이 기금을 마련했다. 이로써 전국 각지에 마련된 ‘보듬이 나눔이 어린이집’은 총 89개로 늘어난다. 모든 어린이집이 개원할 경우 전국적으로 총 7000여 명의 어린이가 혜택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전경련은 밝혔다.
한국 소비자 58% “착한 기업 제품 구매할 것”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분석 기업 닐슨이 최근 발간한 ‘기업 사회공헌활동에 관한 글로벌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는 ‘착한 기업’ 제품이라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소비자의 58%가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보다 12% 상승한 수치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60개국 3만 명 이상(한국 응답자 507명 포함)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관심이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 본 결과 21∼34세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7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15∼20세 72%, 35∼49세 62% 순이었다. 미래의 소비 주역들이 기성세대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단순히 의무감에서 진행되던 시기는 지났다”면서 “기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영업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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