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보는 의사다 보니 주변에서 ‘요즘 기억이 깜박깜박해’ 하면서 치매가 아닌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어보시는 분이 꽤 있다. 이런 걱정을 하는 분의 상당수는 사실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정상적인 건망증일 때가 많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몇 가지를 더 물어 보면 요즘 스트레스가 많았거나 또는 잠을 못 잤거나, 혹은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바빴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대부분은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걱정거리가 해결되었거나, 좀 쉬고 나서는 다시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억력이 나쁜 상태가 계속 유지되거나 더욱 나빠지게 되면 병적 건망증(경도인지장애)이나 치매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심리검사를 통해서 비슷한 연령대보다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바르게 인지하는 능력) 등의 인지능력이 떨어져 있는지, 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후에 건강검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을 시행해서 치료가 가능한 치매인지를 살피게 된다.
현재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약이나 치료법은 아직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느냐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완벽한 정답은 없다. 생활 습관을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치매의 주요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인 고령, 성별(여성) 등은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제때 잘 치료해야 하고, 담배는 끊어야 하고, 체중과 술은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외로움 극복’이다. 치매 예방과 조절을 위해 외로움을 떨쳐야 한다는 것인데, 2015년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병학회의 발표에서는 노년기 외로움이 인지기능을 20%나 빨리 나빠지게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노년기의 외로움은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 나쁘고, 비만보다는 2배나 더 나쁘다고도 한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줄고, 신체 활동이 줄게 되는 걸 대부분의 어르신은 당연하게 여긴다. 이런 마음가짐은 치매의 위험성을 높인다. 나이에 상관없이 적극적인 신체활동,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중요한 왕도 중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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