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회 상임위원회가 내년도 강원도 예산안 심의에서 잇따라 삭감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음주, 과로 논란으로 불붙은 도와 도의회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한국여성수련원의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운영 출연금 5억 원 가운데 3억 원을 삭감했다. 앞서 경제건설위원회는 27일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옥계지구 토지 매입비와 부대비용 등 예산 144억 원을 삭감했다.
2018평창겨울올림픽 G-2 기념행사 예산 7000만 원이 전액 삭감됐고, 도 홍보 광고 예산도 7억5000만 원이 깎였다. 또 도의회가 도민축구단 강원FC의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임은주 대표의 연내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내년 강원FC 지원 예산 20억 원도 반영될지 불투명하다.
강원FC와 한국여성수련원 관련 예산은 이번 예산안 심의에서 가장 관심이 큰 대목. 강원FC는 올해 2부 리그에서 11개 팀 가운데 7위의 성적을 거둬 1부 리그 승격이 물거품됐다. 도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수련원은 원장 선발 첫 공모에서 탈락한 인사를 재공모를 통해 원장으로 임명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따라 도의원들이 강원FC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고, 한국여성수련원과 관련해서는 최 지사의 본회의장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가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도의회가 예산 삭감이라는 카드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도의원들은 도와 최 지사를 향해 날 선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김성근 의원은 “최 지사에게 정중한 사과를 요구했으면 이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했다. 의회 요구를 정확히 지사에게 전달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정동 의원도 “의회 지적과 관계없이 도 내부에서 여성수련원 인선에 대한 자성이 있었느냐. 원장 선임 건은 분명 집행부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원강수 의원은 “도의 미온적 대처가 예산 심의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있지만 예산 삭감은 분명 삭감될 만하기에 삭감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도 내부에서는 10월 14일 최 지사의 음주, 과로 논란 이후 확대된 도와 도의회의 갈등이 예산 심의에서 폭발했다는 반응이다. 최 지사는 도정 질의에 음주 출석한 것에 대해 도의회에서 사과했지만 도의회는 “진정성이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또 보좌 책임을 물어 지사 특보진을 교체하라는 요구에 도가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달 30일 “특보진의 사표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도의회는 “번번이 말을 바꿔왔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도의 한 간부 공무원은 “여대야소인 도의회와 야당 소속 지사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다 결국 지사의 음주 과로 논란으로 갈등이 표출된 셈”이라며 “도와 도의회의 기싸움이 예산 심의로 불똥이 튄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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