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검열 전력 논란에도 임명 강행… 바르셀로나 관장 사퇴때 구설
문체부 “소명 들어… 문제 없다”, 마리 “취임 후 논란관련 설명”
1년 넘게 공석이던 국립현대미술관(국현) 관장에 스페인 출신의 바르토메우 마리 국제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장(49·사진)이 2일 내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마리 회장이 14일 관장에 취임해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현 개관 42년 만에 첫 외국인 관장이며 임기는 3년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마리 내정자는 1996∼2001년 네덜란드 비터 더 비트 현대예술센터 디렉터, 2005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큐레이터를 거쳐 2008년부터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MACBA) 관장을 지내다 올 3월 사임했다.
마리 내정자가 MACBA 관장에서 물러나기 직전에 보인 ‘갈지자 일처리’는 지금도 유럽 예술계의 논란거리다. 그는 스페인 전 국왕을 희화화한 조각 작품을 기획전에서 철거하라고 지시했다가 작가와 큐레이터가 불복하자 아예 기획전 전체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반발이 커지자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고 전시를 열어 비난을 받았다. 혼란을 빚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했지만 그 직전에 자신의 뜻을 거스른 큐레이터를 해고한 것이 드러나 더 큰 원성을 샀다. 지난달 CIMAM 이사회에서 3명의 이사가 이를 문제 삼아 “마리 회장이 예술계의 윤리적 가치를 저버렸다”며 급작스럽게 사퇴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면접 과정에서 MACBA 기획전 사태에 대해 ‘미술관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진 것’이라는 소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내 작가 800여 명은 “전시 검열 이슈로 국제 예술계에서 비판받는 인물의 국현 관장 선임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다. 여기에 참여한 중견작가 박찬경 씨는 “문체부 임명에 앞서 마리 내정자가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입장 표명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리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더없이 기쁘고, 한국 예술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뿐”이라며 “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답변은 취임 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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