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종’ 국내 기관투자자 대거 기소…거래소 직원까지 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16시 32분


주가 시세를 조종해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한 국내 기관투자자가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시장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증권거래소 직원까지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업계에 만연한 구조적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은 올해 4~11월 증권사 임직원 등 주가조작 및 관련 금품수수를 집중 수사한 결과 증권사 임직원, 기관투자자, 주가조작 세력 등 총 27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고 3일 밝혔다. 이 중 KB투자증권 이사 박모 씨(47) 등 19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주요 범죄 유형은 총 세 가지. 구속된 박 씨 등 현직 증권사 직원 3명은 2014년 8~10월 인포바인 대주주의 부탁을 받고 기관투자자에게 주식 45만 주를 130억 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거래하도록 알선해준 대가로 총 6억9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주식 45만주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주가는 2만9350원에서 2만6200원으로 떨어졌다.

교보증권 직원 김모 씨(34·구속 기소) 등 현직 증권사 직원 5명은 고객계좌를 이용해 현대페인트 주식을 매수하는 대가로 1000만~2500만 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제TV 증권방송 전문가 예모 씨(42·구속 기소)가 고객 계좌 100여개를 주식 거래에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같은 시세조종으로 주식 1900만 주를 처분해 218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현대페인트 대표 이모 씨(43)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 1~6월 전현직 증권사 직원 등 9명은 대주주에게 장외 매수한 ㈜신한 주식 100만 주를 고가에 매도해 시세를 조종한 뒤 경비명목으로 10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시세조종 기간 중 주당 최고 668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일당이 주식을 처분한 이후 3000원대까지 폭락했다.

증권거래소 직원의 가담도 드러났다. 검찰은 2013년 3월 증권사 직원과 공모해 당시 비상장회사였던 카카오 대주주의 부탁을 받고 기관투자자에게 주식 10만 주를 53억 원에 매수하도록 알선하고 대가로 80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증권거래소 차장 최모 씨(44)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73억 원 상당을 추징 보전하고 396억 원 규모의 과세대상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는 등 불법행위 연루 재산을 전액 환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형준 부장검사는 “금융사업의 핵심인 투자자 신뢰를 해치는 반칙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이 레드카드를 들 필요가 있다”며 “증권범죄로 인한 불법수익은 반드시 박탈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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