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에 아직도 아저씨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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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32>초기 임부 위해 비워두세요

1일 오후 6시 반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들어선 전동차 안은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임신 8개월째인 직장인 조모 씨(34)는 배 속 아기가 걱정돼 허리를 살짝 굽히고 한 손으로 배를 가리며 전동차에 탔다. 전동차에는 ‘임산부 배려석’ 두 자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건장한 남성들 차지였다. 그들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볼 뿐 조 씨를 외면했다.

조 씨는 다른 전동차로 환승한 후 노약자석에 앉을 수 있었다. 조 씨는 “더는 서 있기 힘들어 노약자석으로 갔다. 배가 부른 임신부가 바로 앞에 서 있어도 배려석에 앉은 사람들은 일부러 그러는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1월 19일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에게 양보하자’란 제목으로 임산부 배려석 자리 양보의 필요성을 보도했다. 당시 포털사이트에는 임산부 배려석이 임신부 자리임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바꿔 달라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서울시는 7월 23일부터 임산부 배려석 좌석과 등받이, 바닥까지 핑크색으로 칠하고 바닥에는 ‘핑크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란 안내 문구까지 적었다. 현재 지하철 2·5호선 전체와 3·8호선 일부 등의 임산부 배려석 3744개에 핑크색을 칠했다.

하지만 시민의 무관심 속에 임신부가 배려석에 앉기란 아직 쉽지 않았다. 1일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5호선 전동차 5대에 올라 80개 자리를 확인해보니 60여 개 자리에 남성이나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임신부들은 배려석을 늘 비워둬야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신 6개월 차인 이모 씨(24)는 “임신 초기 배가 부르지 않으면 양보해 달라고 말을 꺼내기가 무척 어렵다. 초기 임신부가 마음 편하게 앉도록 임신부가 없을 때도 배려석을 비워두면 좋겠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실천#임산부 배려석#초기 임부#임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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