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에서 자연 방사된 1년생 수컷 황새가 일본으로 날아간 뒤 10여 일째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황새 전문가들은 장거리를 날아간 어린 황새가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해 죽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6일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에 따르면 9월 3일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된 8마리 가운데 한 마리인 황새 K0008(사진)이 전남 신안군 안좌면 구대리 일원에서 살다가 지난달 24일 오전 9시경 남쪽 해안을 이륙했다. 황새 K0008은 이튿날 오후 7시 일본 오키나와 섬에서 북쪽으로 60km 정도 떨어진 오키노에라부 섬에 상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 당시 황새의 몸에 2시간마다 위치를 송신하는 위치추적기를 부착했기 때문에 이동경로나 서식지 위치를 알 수 있다.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은 “전송된 경로를 보면 이 황새는 1077km의 거리를 3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6일부터 위치추적기 신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꺼지면서 지금까지 황새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원장은 “1000km가 넘는 거리를 어린 황새가 빠른 속도로 날아간 탓에 체력이 떨어져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해 죽었을 가능성과 태양광 전지로 충전되는 위치추적기의 기계적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습지에서 먹이 생활을 하는 황새가 사탕수수밭이 많은 섬에서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해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지인들로 구성된 탐색팀이 황새 K0008을 찾고 있어 조만간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는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 어디서나 번식하던 텃새였지만 농촌 생태계 훼손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동아일보 특종(1971년 4월 1일자 1면)으로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지만 이 가운데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고 ‘과부 황새’마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국제적 보호조류로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지정될 만큼 ‘귀한’ 존재가 됐다.
박 원장은 1996년 20여 마리의 황새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 사업을 시작해 2002년 세계에서 4번째로 황새 인공번식(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황새 어미가 새끼를 직접 기르는 자연번식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9월 3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있는 ‘예산황새공원’에 야생 방사를 했으며, 이 황새들은 수백 km를 이동해 가며 섭식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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