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1397∼1450)이 태어난 서울 경복궁 옆 서촌에 한글기념관이 들어선다. 현재 서촌에는 탄생지임을 알리는 표지석만 덩그러니 서 있는데 그동안 한글 관련 단체들이 기념물 건립을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6일 서울시와 한글 단체들에 따르면 ‘한글기념관 조성 기본조사 학술 용역’이 이달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내년 터 확보 및 설계를 거쳐 2017년 한글기념관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세종대왕 탄생지에 세종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한글을 기념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념관을 만들기로 했다”며 “주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도 매력적인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글기념관은 종로구 통인동에 지어진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지역인 ‘준수방’(조선시대 행정구역인 한성부 북부 12방 중 하나)이 바로 지금의 통인동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가 터의 정확한 지번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생가가 준수방에 있었다는 것은 정설인 만큼 통인동에 기념관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통인동에 시유지나 국공유지가 없어 민간 건물을 매입해 기념관을 꾸밀 생각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최근 서촌 일대가 새로운 관광지로 인기를 끌면서 땅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단층짜리 작은 건물을 매입한 뒤 각종 한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일부 주민과 한글 단체들은 한글기념관뿐 아니라 세종대왕의 생가 터도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달 24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열린 ‘한글기념관 조성 주민설명회’에서는 “생가 터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생가 터 복원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가 터는 정확한 위치를 몰라 고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종대왕 생가 터 복원과 같은 큰 사업은 중앙정부가 먼저 나서야 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글 단체들은 서울시가 한글기념관 조성에 나선 것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생가 터 복원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은 “생가 터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세종대왕의 정신을 기리는 것”이라며 “정부와 서울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로 세종대왕생가터복원준비위원장은 “세종대왕 생가 터가 복원되면 경복궁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생가 터까지 꼭 들를 것이다”며 “이렇게 효과가 큰 관광 자원의 건립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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