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엄마가 다급한 얼굴로 찾아왔다. 동네 의원에서 시력검사를 했는데 양쪽 시력이 모두 좋지 않은 데다가 사시가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정밀검사 결과 아이는 양쪽 눈 모두 심한 난시였고 교정 안경을 낀 최고 시력이 우안 0.6, 좌안 0.4밖에 안 되는 중증 약시 상태였다. 게다가 왼쪽 눈에선 외사시까지 관찰됐다.
소아 안과 전문의로서 안타까웠던 것은 그 아이가 5세 때 이미 시력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아이 부모는 ‘크면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병원 진료를 미뤘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안경을 끼면 시력이 점점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주변 사람의 말과 그로 인한 불안감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아이가 특별히 앞이 잘 안 보인다든가, 머리가 아프다든가 하는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가끔씩 초점이 잘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제야 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시력은 출생 직후부터 시작해 만 8세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해 1.0의 정상 성인 시력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정상 성인 시력을 획득하지 못하는 상태를 약시라 한다. 안구의 성장이나 시력은 2∼3세까지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이 시기에 선천적 질환 등 원인 질환이 있다면 시력 발달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시력의 발달이 이미 멈춘 늦은 연령에서 발견된 약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약시 치료는 어릴수록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안경을 쓰는 것에 대한 보호자의 막연한 거부감과 약시에 대한 이해 부족이 결국 아이가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성인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약시로 인해 외사시까지 생긴 환자의 엄마는 진료실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난시 안경을 처방받아 다음 외래 내원 시까지 잘 씌우고 오기로 약속하고 돌아갔다. 진료실에서 어린이 약시 진단을 내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두려워하는 엄마들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약시 조기 치료와 성공적인 시력 회복을 위해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