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외국인 근로자에 6년째 ‘든든한 동아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3시 00분


‘동행과 행동’ 70여명 병원비 후원

벼랑 끝에 내몰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6년째 든든한 동아줄이 돼 주는 시민모임이 있다. 회원들이 매달 1000원씩 기부금을 모아 외국인 근로자들을 돕는 ‘동행과 행동’이다.

광주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는 ‘동행과 행동’이 올해 들어 병원비가 없는 광주 전남 지역 외국인 근로자와 고려인 등 5명에게 1000만 원을 후원했다고 7일 밝혔다. 동행과 행동은 2일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 현티 씨(32·여)에게 200만 원을 후원했다. 현티 씨는 최근 7개월 된 미숙아를 출산한 뒤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하지만 미숙아 치료비가 2000만 원에 달하는 등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다. 동행과 행동은 현티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후원했다.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관계자는 “아직 현티 씨 자녀의 치료비가 남아 있어 사회의 따뜻한 손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행과 행동은 지난달 3일에는 암 수술비가 부족한 필리핀 여성 근로자에게 170만 원을 후원했다. 2013년 광주에 정착한 마리페 씨(44·여)는 최근 한 병원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진단 당시 수술비가 400여 만 원이 나온다는 말에 놀라 수술도 받지 않고 퇴원을 했다. 딱한 사연을 접한 필리핀 친구들이 수술비 200만 원을 모았지만 나머지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의사는 수술비는 차후 문제라며 조속한 수술을 권유해 10월 26일 암 수술을 받았다. 마리페 씨는 동행과 행동이 부족한 수술비를 후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감사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항암 치료를 받은 뒤 필리핀 자녀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동행과 행동은 건강보험 혜택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매달 후원하고 있다. 이 모임은 부산 수영구 한바다중학교 교사 이정기 씨(55)가 2010년 결성한 단체다. 이 씨의 제자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회원 200여 명이 매달 1000원을 기부한다. 동행과 행동은 지난 5년 동안 치료비나 장례비가 없는 외국인 근로자 70여 명을 후원했다. 이 씨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은 치료비가 없어 생명을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며 “누군가는 도와줘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매달 작은 사랑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행과 행동 회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홈페이지(www.donghaeng.org)를 방문하면 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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