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 옆 안내소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삭발 퍼포먼스를 한 박정민 씨(35)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날 박 씨를 포함해 박원호(30·여) 김종근 씨(23) 등 사법시험 준비생 3명이 삭발을 했다.
농부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 씨는 “고등학교 졸업 뒤 일을 하다가 대학에 진학했다”며 “대학에서도 학자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원치 않은 휴학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자신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사람에게 대학 졸업 후에도 다시 3년간 학비를 더 내야 로스쿨에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은 지나친 진입장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에서는 ‘차상위 계층이면 학비 지원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아버지 소득이 월 100만 원이어도 시골에 사는 집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모인 고시생들은 “로스쿨 귀족들의 막가파식 자퇴 쇼에 흙수저는 분노한다”는 피켓을 들고 법무부의 사법시험 존치 결정을 촉구했다.
이와는 별도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106명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 대한 심의와 표결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7일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법조계에서의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의 갈등도 결국은 법사위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주권의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이 침해당했다. 사시 존치 법안 심사가 1년 넘도록 지연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4일 서울대 로스쿨 전체 인원 480명 중 464명이 집단으로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한 데 이어 7일부터 청와대, 국회, 법무부, 대법원, 검찰청 앞 등에서 동시에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충북대와 제주대 로스쿨 등의 학생들도 자퇴를 결의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 측은 성명서를 내고 “입학생 5명 중 1명은 가구소득 2000만 원 아래로 다양성이 높은 집단인데 일부 악의적인 여론몰이로 마치 ‘금수저’인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2009년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면서 2017년 기존의 사법시험은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었다. 내년 2월 마지막 1차 시험을 앞두고 있어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법무부는 ‘사시 폐지 4년 유예’ 의견을 번복한 뒤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