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도로공사 주전 세터 이효희(35)는 6일 안방경기에서 박종익 감독대행(36)에게 이렇게 말했다. 5세트 14-11로 앞선 상황에서 부른 작전시간 때였다. 이효희는 코트로 돌아가기 전 친구끼리 장난치듯 박 대행을 손으로 가볍게 치기도 했다.
배구에서 5세트는 15점만 따면 되기 때문에 점수 차도 여유가 있었고, 선수와 감독대행 사이에 나이 차도 크지 않아 가능한 모습이었다. 도로공사 이태관 사무국장은 “하지 않았으면 더 좋은 행동이었겠지만 친밀감의 표현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TV 중계로 이 모습을 본 배구 팬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았다. 지난달 불거진 도로공사 선수단 태업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도로공사는 “이호 감독(42)의 건강이 악화돼 ‘당분간’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즌 처음 감독을 맡은 이 감독이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자리를 비운 것이다. 이후 이 감독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팀을 떠났지만 구단은 이 감독의 사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 이 감독이 갑작스레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부터 배구계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문이 돌았다. 이 감독이 선수단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선수단이 이 감독 지도를 보이콧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프로배구단 최초로 독립법인을 설립해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등 운영 전문성을 강화했다”며 다른 공기업(팀)과 다르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소문 내용에 오해가 너무 많이 섞여 있어 답답하다”는 구단 해명이 어쩐지 ‘우리가 알아서 할게. 너희는 몰라도 돼’처럼 들렸다. 공기업에 문제 제기를 할 때마다 흔히 들을 수 있던 그 답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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