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괜찮겠지’ 방심이 불러온 거제 조선소 화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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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최근 경남 거제시의 한 조선소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저장탱크에서 불이 나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탱크 외벽의 폴리우레탄 단열재 주변에서 용접이나 가우징(gouging·먼저 용접한 부위의 결함 등을 제거하기 위해 용접부에 깊은 홀을 파는 작업)을 하다가 용접 불똥이 가연성 물질인 단열재와 접촉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가연성 물질이 있는 상황에서 용접을 할 때는 가연성 물질을 제거한 후 작업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기 어려울 때는 용접 불똥에 접촉되지 않도록 불받이포를 치거나 덮은 상태에서 소화기를 두고 감시인을 배치한 후 작업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이런 안전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화재가 발생했다. 단열재를 포장하고 있는 코팅이 탱크 탑재 과정에서 파손될 수 있기 때문에 용접 전에 코팅이 파손된 부분이 없는지 또는 열린 부위가 없는지 확인하고 작업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가연성 물질의 종류에 따라 위험 특성을 분석하고 만일에 대비해 그에 합당한 대책을 수립한 뒤 작업을 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폴리우레탄 같은 가연성 고체는 대부분 용접 불똥과 접촉하면 불꽃을 내며 연소한다. 그러나 때로는 용접 불똥이 내부로 파고 들어가 연기만 내며 타들어 가다가 일반연소로 확대되는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훈연 연소’라고 한다. 훈연 연소는 연기만 나기 때문에 불이 붙었다는 생각을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용접 같은 화기 작업을 할 때는 주변 상황과 물질 특성에 맞는 안전대책을 수립한 후 작업하는 근원적인 안전관리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현장에서 위험작업을 할 때는 작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위험요인이 어떻게 사고로 발전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위험특성에 적합한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작업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생한 대부분의 화재 등 대형사고는 상황분석이나 위험분석, 사고발생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때가 많았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물질, 작업 특성, 작업 관련 장치나 기계의 원리, 인간행동의 특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파악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산업현장에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풍토가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특히 위험작업마다 근원적인 안전대책이 습관처럼 적용되길 기대한다. 안전대책 적용을 습관화할 때 우리 산업현장에 다시는 불행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조선소 화재#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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