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친 만나고 오겠다” 택시비 떼먹은 前축구선수 덜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15시 26분


택시비를 내지 않고 달아나 지명수배 중인 전직 프로축구선수가 자신의 차량이 파손됐다며 경찰서를 찾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직 프로축구선수 고모 씨(25)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4월 17일 서울 노원구에서 택시를 타고 강남구까지 이동했다. 고 씨는 택시 기사에게 “잠깐 여자친구를 만나고 돌아오겠다”고 말하고는 택시에서 내렸다. 의심하는 기사에게 그는 “내가 프로축구선수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미터기 요금이 4만1000원이 찍힐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택시 기사는 고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고 씨는 2013년 8월 소속팀에서 방출된 뒤 무적 상태였다. 고 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수차례 받고도 이를 무시했고, 결국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9월 30일 고 씨를 지명수배 했다.

지명수배 상태였던 고 씨가 경찰서를 찾은 것은 10월 26일. 자신의 승용차 파손 사건의 피해자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고 씨는 이날 오전 1시50분경 강남구 학동로에 자신의 페라리 ‘캘리포니아’ 차량을 잠시 정차했다. 그때 옆을 지나던 일용직근로자 인모 씨(44)가 “차에서 나는 배기음이 시끄럽다”며 고 씨의 차 앞 범퍼를 수차례 발로 차 13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인 씨와 고 씨는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이동했다. 마침 해당 사건을 맡은 팀은 과거 고 씨를 지명수배한 팀이었다. 결국 고 씨는 차량 파손 사건 피해자로 조사를 마치고는 바로 사기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뒤에야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페라리 차량을 파손한 인 씨는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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