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를 내지 않고 달아나 지명수배 중인 전직 프로축구선수가 자신의 차량이 파손됐다며 경찰서를 찾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직 프로축구선수 고모 씨(25)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4월 17일 서울 노원구에서 택시를 타고 강남구까지 이동했다. 고 씨는 택시 기사에게 “잠깐 여자친구를 만나고 돌아오겠다”고 말하고는 택시에서 내렸다. 의심하는 기사에게 그는 “내가 프로축구선수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미터기 요금이 4만1000원이 찍힐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택시 기사는 고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고 씨는 2013년 8월 소속팀에서 방출된 뒤 무적 상태였다. 고 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수차례 받고도 이를 무시했고, 결국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9월 30일 고 씨를 지명수배 했다.
지명수배 상태였던 고 씨가 경찰서를 찾은 것은 10월 26일. 자신의 승용차 파손 사건의 피해자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고 씨는 이날 오전 1시50분경 강남구 학동로에 자신의 페라리 ‘캘리포니아’ 차량을 잠시 정차했다. 그때 옆을 지나던 일용직근로자 인모 씨(44)가 “차에서 나는 배기음이 시끄럽다”며 고 씨의 차 앞 범퍼를 수차례 발로 차 13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인 씨와 고 씨는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이동했다. 마침 해당 사건을 맡은 팀은 과거 고 씨를 지명수배한 팀이었다. 결국 고 씨는 차량 파손 사건 피해자로 조사를 마치고는 바로 사기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뒤에야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페라리 차량을 파손한 인 씨는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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