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우리는 ‘창조경제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란 서로 다른 것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팝페라’ 장르야말로 창조음악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친근한 팝(대중음악)과 우아함과 정통성을 지닌 오페라와 클래식을 결합해 새 장르를 개척했기 때문이죠. 특히 올해는 팝페라 장르가 생겨난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팝페라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자! 그럼 팝페라의 역사 속으로 떠나 보실까요?
○ 팝페라 열풍을 일으킨 ‘Time To Say Goodbye’
1996년 11월 17일, 독일 출신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복싱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인 헨리 마스케의 역사적인 은퇴 경기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날의 ‘진정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영국의 뮤지컬 스타이자 팝페라 소프라노인 세라 브라이트먼과 이탈리아의 팝페라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함께 부른 ‘Time To Say Goodbye(Con te partir‘o)’라는 노래였지요. 이 노래가 울려 퍼지자 관중들 및 방송을 지켜보던 전 세계인들은 소름 돋는 전율을 느끼며 엄청난 감동을 받게 됩니다.
이후 1996년 말∼1997년 ‘Time To Say Goodbye’는 전 세계 음반계에 뜨거운 열풍을 몰고 왔는데요, 이 싱글앨범은 발매되자마자 독일 음악차트 1위에 올랐으며, 이후 UK 음악차트에서도 2위를 기록하였고, 전 세계 수십 개국의 음악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만 300만 장 이상이 판매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1200만 장이 팔리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수많은 언론들은 앞다퉈 이 싱글앨범의 돌풍을 집중조명하면서 이 곡의 장르 분류를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보컬’ 혹은 ‘오페라틱 팝’이라고 명명하기 시작했지요. 그리하여 세라 브라이트먼과 안드레아 보첼리는 이 싱글앨범의 인기를 계기로 단숨에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릅니다.
○ 팝페라의 창시자는 키메라
그러나 ‘Time To Say Goodbye’가 뜨거운 인기를 얻기 10여 년 전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1985년 10월 25일자 기사에서 제일 먼저 ‘Popera(팝페라)’라는 신조어와 장르가 탄생되었지요. 이 기사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 출신의 소프라노 가수 키메라였습니다. 즉, 팝페라의 창시자도 한국인이고, 종주국 또한 대한민국이었던 겁니다. 한국 출신의 소프라노 가수 키메라는 1984년 유럽 음악계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프랑스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야말로 ‘디바’였습니다. 그녀는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와 최첨단의 신시사이저를 함께 융합 및 활용하여 오페라아리아에 록의 요소와 디스코 비트를 가미하는 등 당시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를 보여줬죠. 또한 당시 클래시컬 뮤지션으로는 이례적으로 그 시절 최고의 팝스타였던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처럼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하기도 하였으며, 매우 기괴하고 독특한 신개념의 무대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등을 바탕으로 비주얼적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클래식계의 레이디 가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여하튼 이 음반은 발매 즉시 남아공 음악차트 1위에 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고, 해가 바뀐 1985년 6월까지 무려 19주 동안 랭크되는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러한 인기가 지속되자 뒤늦게 영국의 ‘데일리 익스프레스’를 포함해 프랑스와 유럽의 여러 유력 언론들이 그녀와의 인터뷰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녀는 인기의 최절정에서 어느 날 갑자기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당시 ‘팝페라’라는 신종 장르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이와 함께 사그라들게 됩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이 팝페라의 종주국이란 중대한 사실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습니다.
○ 2000년대 속속 등장한 팝페라 가수들
키메라, 세라 브라이트먼과 안드레아 보첼리 등장 이후 아예 처음부터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팝페라’로 선택하고 데뷔하는 전문 팝페라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였는데요, 이들은 정규 성악교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음악성과 테크닉을 기반으로 각자 특유의 개성과 매력을 무기 삼아 전 세계를 무대로 여러 장의 솔로 앨범 발매 및 월드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세계 각국의 엄청난 팬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팝페라 가수로는 영국의 샬럿 처치, 이지, 러셀 왓슨, 앨리드 존스, 캐서린 젱킨스,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사피나와 필리파 지오르다노, 프랑스의 에마 셰플린, 그리스의 마리오 프랑골리스, 미국의 조시 그로번, 뉴질랜드의 헤일리 웨스튼라, 다국적 그룹인 일 디보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필자 또한 데뷔 18년 차의 팝페라 가수로서 세계 팝페라계에선 1.5세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올해 초 미국의 유명 방송사인 CNN 아이리포트와 영국의 공영 방송사인 BBC 뮤직매거진에선 각각 ‘세계 3대 팝페라 테너’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페라 가수 TOP5’를 선정 및 발표하였는데요. 필자의 이름이 두 개 리스트 모두에 포함되는 과분한 영광을 누리기도 했답니다.
클래시컬 크로스오버의 대표 음악장르 중 하나인 팝페라의 탄생 3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지금보다 더욱 많은 분들의 성원과 사랑을 받길 간절히 바라고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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