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사설 따라잡기]‘흙수저’의 분노가 사법시험 연장시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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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에 따라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사시) 폐지를 2021년까지 4년 미루겠다고 3일 밝혔다.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제도의 개선과 사시 존치(없애지 않고 그대로 둠)를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000명을 상대로 9월에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사시 2017년 폐지’에 12.6%가 동의한 반면 ‘사시 존치’에는 85.4%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국민이 사시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이라고 여기고 있다. 연간 최대 2000만 원의 비싼 학비 때문에 로스쿨은 여유 있는 계층만 갈 수 있는 ‘돈스쿨’ 소리를 듣는다. 인터넷에는 로스쿨을 거쳐 판검사가 되거나 대형 법무법인(로펌·많은 변호사로 구성된 전문 법률회사)에 취직한 고위층 자녀의 명단까지 나돌 만큼 ‘현대판 음서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아들 로스쿨 압력’ 사건은 안 그래도 펄펄 끓는 사시 존치 여론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신 의원은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학교 측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09∼2011년 입학한 로스쿨 1∼3기생 중 부모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인 경우가 18.5%로 같은 시기 사법연수원에 입학한 사시 합격생들의 전문직 부모 비중(16.7%)과 큰 차이가 없다는 서울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있다. 로스쿨이 생겨 법조인의 출신 대학과 전공이 다양해졌고, 취약계층의 법조계 진입도 보장돼 있다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로스쿨을 폐지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로스쿨이 있는 대학과 법과대학이 있는 대학, 또 그 주변의 이익과 손해가 얽혀 있는 관계가 복잡해 어떤 결론을 내려도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공정하지 않다는 ‘㉠흙수저’의 불신(믿지 못함)을 해소하지 못하면 사시 폐지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끝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가 돼야 로스쿨과 사시를 둘러싼 문제도 근본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동아일보 12월 4일 자 사설 재정리

사설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고위층 관리의 자녀는 과거시험을 보지 않고도 벼슬에 오를 수 있도록 한 고려·조선시대 때의 제도를 가리키는 단어를 본문에서 찾아 써보세요.

2. 다음은 ‘㉠흙수저’에 대한 설명입니다.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써 보세요.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난 사람을 수저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뜻의 ‘( )’라는 영어 표현에서 나왔다.

3. 여러분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요? 내가 내린 공정한 사회의 정의(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하게 정함)를 짧은 글로 써 보세요.

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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