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많은 연말… 음주사고 ‘업무상 재해’ 인정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9일 03시 00분


다 함께 마신뒤 귀가 중에 사고땐 인정… 강요없이 혼자 과음뒤 다치면 해당 안돼

송년회 등 각종 직장 모임에서 술에 취해 사고가 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을지를 두고 대법원이 각각 다른 판단을 했다. 회식에 참여한 회사원이 자발적으로 술을 마셨는지가 업무상 재해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회사원 김모 씨가 요양급여를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김 씨는 2012년 7월 고깃집에서 팀 회식을 끝낸 뒤 2차로 옆 건물 노래방으로 갔다. 원하는 사람만 노래방에 갔고, 31명 중 18명은 귀가했다. 만취한 김 씨는 노래방 비상구를 화장실로 착각해 추락했고 골반 등을 다쳤다.

1심은 근로복지공단, 2심은 김 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업주 측이 주최한 자리에서 과음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김 씨가 다른 직원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셨고 팀장도 술잔을 돌리지 않은 점으로 미뤄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팀장이 원래 주량이 소주 반병인데 당시 맥주 한 잔 정도만 마신 점 등을 근거로 김 씨가 ‘자발적’으로 술을 마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부대의 부서장 주관 회식에 참여해 과음 후 집에 가다 사고를 당한 부사관 박모 씨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교통사고로 숨진 박 씨 유족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씨는 2013년 1월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부서장이 주관한 회식을 마치고 귀갓길에 택시를 탔다. 그러나 그는 엉뚱한 곳에 내렸고,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숨졌다. 1심은 박 씨의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박 씨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박 씨는 공식적인 부대 회식 중의 음주로 인하여 사리분별 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였으므로 무단횡단 책임을 박 씨에게만 돌리기 어려워 박 씨가 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박 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연말#회식#음주사고#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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