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을 나설 때였다. 건너편 아파트 화단에서 경비 아저씨가 낙엽이 아직 매달린 나무를 힘껏 흔들어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매일 아침 낙엽을 쓸어 모으기가 번거로우니 남은 낙엽을 떨어뜨려 몽땅 쓸어버리고자 하는 생각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가을을 좀 더 느끼고 싶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들은 아파트 단지에 낙엽 한 장 구르는 일이 없을 만큼 실시간으로 비질을 하신다. 생각해 보면 낙엽은 매일 그렇게 쓸어 모으지 않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을의 낭만을 느낄 수 있고 경비 아저씨들도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자꾸 뉴스가 되는 아파트 경비와 주민들 간의 갑질 논란으로 눈살을 찌푸릴 때가 적지 않다. 그들도 한 집안의 가장이고 한때 당당하고 좋은 직업을 가졌던 분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출퇴근을 하면서 그분들을 마음 아닌 인생의 선배라는 생각으로 항상 인사를 먼저 건넨다. 그리고 노년에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마당에 한 번 채용한 경비원들을 정년이 되는 날까지 교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비 아저씨들은 눈치 보느라 주민들과 대화 한마디도 나누지 못한다. 30대 후반의 주민들은 간혹 경비 아저씨들을 우습게 알고 작은 것에 트집을 잡기도 한다. 그러니 경비 아저씨들도 30대 후반을 꺼리는 듯하다. 서로 남 대하듯 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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