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철 건양대 교수, 美대학 도서관서 우유급식 영아관 풍경 담긴 사진 찾아
대전 영아관 등 35장은 첫 공개 자료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한 1932년에 개관한 대전중앙영아관의 1934년 당시 모습. 부모들이 아이를 안고 촬영했다. 임연철 건양대 교수 제공
1920년대 충남 공주와 대전지역 육아 및 탁아 사업의 초기 실태를 잘 보여주는 귀중한 사진 자료 40여 점이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사진 자료는 1923년 미국 감리교 선교사로 공주에 파송됐던 간호사 출신 마렌 보딩(한국 이름 보아진·保雅鎭)이 1926년 6월부터 공주에서 벌인 우유급식소(milk station) 사업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1924년 1월부터 공주에서 유아진료소를 운영하던 중 영아의 40%가량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현실을 목격하고 우유급식소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사진 자료는 공주와 논산, 대전지역의 초기 감리교 선교사 활동을 연구해온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임연철 건양대 교수가 미국 드루대 도서관 감리교 사료관(뉴저지 메디슨 시)에서 찾아냈다. 임 교수는 “보딩이 원래 소속됐던 서울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과 공주영아관(영兒館), 그리고 이를 계승한 공주기독교사회복지관, 공주제일교회박물관, 공주영명고의 기록을 확인한 결과, 발견된 40여 점의 사진 가운데 35장은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며 “그 가운데 대전영아관 관련 사진은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영아관 사진은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1923년)한 뒤인 1934년과 35년 두 해에 걸쳐 촬영됐다.
사진에는 우유급식 사업을 하던 공주와 대전의 영아관 풍경과 그곳에 위탁된 아이들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공주영아관에 맡겨진 영아들이 아침에 교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관내의 미끄럼틀과 그네 주변 및 실내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진료소와 영아관에서 활동하는 교사, 간호사들의 모습에서 당시의 운영체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임 교수는 “지금과는 달리 당시 영아관에는 간호사들이 근무했는데 이는 위생을 더없이 중시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사진을 검토한 교회사 전문가 황미숙 박사(목원대 출강)는 “보딩이 국내 최초로 우유급식 사업을 공주에서 시작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보여주는 사진 자료는 처음”이라며 “초기 영유아 및 탁아 사업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그는 “1926년 8월 24일 자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1921∼25년 서울의 5세 미만 영아사망률이 49.6%나 됐다”며 “방문간호 사업을 펴던 보딩은 이 같은 높은 사망률이 열악한 위생환경과 영양실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젖병 소독운동과 우유급식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는 “보딩은 1927년 여성 선교사 연차 총회에서 자신의 진료소 운영과 우유 급식으로 위탁받은 영아의 사망률을 5%로 낮췄다는 보고를 했다”며 “이는 그가 당시 사망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 효과적으로 대처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이번에 찾아낸 사진 자료를 국립민속박물관과 대전시 시사편찬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 단체에 모두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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