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3학년 김수빈 씨(21·행정경찰학부)는 9일 “공무원은 국가 공동체를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아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오류고를 졸업하고 동양대에 진학한 김 씨는 올해 5급 공무원(행정고시) 1차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교내 공무원사관학교에서 공부하는 그는 “인성이 반듯한 공무원이 많을수록 나라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풍기인삼으로 유명한 소백산 자락에 있는 동양대는 이런 분위기가 강하다. 개교(1994년) 정신이 ‘반듯한 인성을 추구하는 대학’이다. 대학 부근에 있는 소수서원(1543년 설립)의 선비정신을 계승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2004년 설립한 공무원사관학교이다. 반듯한 품성과 공공성(公共性)을 갖춘 공무원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 북서울(동두천)캠퍼스 내년 3월 개교
공무원사관학교는 평가를 거쳐 200∼300명을 선발한다. 그동안 행정고시 1명을 비롯해 780여 명이 일반행정 기술 경찰 소방 분야 공직에 진출했다. 공직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만 인성 프로그램은 기본이다. ‘인성이 빠진 전공이나 공직 준비는 맹목이고 공허’라는 철학이 스며있다.
북서울캠퍼스는 공무원사관학교를 확대해 ‘공공 인재’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했다. 재학생 4600명 가운데 46%가 수도권에서 진학하는 것도 배경이다. 지방대가 수도권에 캠퍼스를 설립하는 것은 모험이지만 인성을 갖춘 학생 즉 공공 인재가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시도했다.
북서울캠퍼스의 별칭은 ‘공공 인재 캠퍼스’이다. 시대에 맞는 문제해결형 교육과 융복합 교육을 통해 공공 분야 및 예술 분야에서 공공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 테크노공공인재학부는 이공계 분야 공직 진출이 주요 목표지만 공공성을 중시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공공안전공학전공과 IT(정보기술)융합전공, 테크노공직연계전공 등 3개 전공은 공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성을 갖추는 교육을 하게 된다. 게임의 원리와 기술을 기업 또는 사회 문제 해결에 응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 전문가 양성도 도입한다.
예술대학을 개설하는 이유는 예술도 공공성을 위한 정서적 기반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연영상학부에서 연극 영화 방송 뮤지컬 등 복합연기, 뉴미디어 영상 같은 분야를 전공할 수 있다. 동양대는 올해 2월 서울 대학로에 동양예술극장을 개관할 정도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다.
공직 진출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동양대는 ‘1만 시간 로드맵’을 마련했다. 1만 시간 노력을 하면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응용한 것이다. 1학년 1500시간, 2학년 2500시간, 3학년 3500시간, 4학년 2500시간을 단계적으로 교육해 공직 진출이 졸업과 함께 이뤄지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첫 수시모집에서는 258명 모집에 953명이 지원해 3.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시모집에는 140여 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북서울캠퍼스 완성 규모는 학부 1600명, 대학원 148명 등 전체 1748명이다. 정병걸 기획조정실장(행정경찰학부 교수)은 “동두천캠퍼스는 영주캠퍼스의 공무원사관학교 12년 운영 경험을 확대 개편한 성격”이라며 “공공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목표가 달성되도록 최고 수준의 교육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북서울캠퍼스는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터 11만1480m²에 조성하고 있어 동두천시의 기대도 크다.
○ “모든 학생이 선비정신 갖춘 공공 인재”
공무원사관학교를 비롯해 철도 영어 등 대학 부설기관에는 ‘사관학교’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사관(士官)은 선비다운 자세를 본받는다는 뜻이다. 2004년에는 교내에 현암정사라는 인성교육관을 세웠다. 소수서원을 본떠 지은 현암정사는 동양대 재학생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교내 사관학교와 기숙사에서는 아침을 명상과 함께 시작하는 학생이 많다. 인천대건고를 졸업하고 철도공사 입사를 위해 입학한 임현규 씨(20·철도경영학과 1학년)는 “공기업 입사 준비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지만 인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좋다”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인성 교육을 중시하는 대학 분위기는 각종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그동안 △대학종합평가 교육 우수, 시설설비 최우수(대학교육협의회) △지방대 육성사업 우수대학(교육부) △특성화 우수대학(교육부) △지방대 혁신역량강화사업 선정(교육부) △대학발전전략 및 사회봉사, 교육여건 최우수대학(대학교육협의회) △평생학습중심대학육성사업 선정(교육부) 등의 평가를 받았다. 올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우수등급을 받았다.
동양대는 개교 때부터 입학식에 집지 행사를 열면서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집지는 스승과 제자가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제의 도리를 약속하는 의식이다. 고권현 공무원사관학교 원장(건축소방행정학과 교수)은 “공무원사관학교는 대학 전체(8개 단과대학)가 추구하는 정신적 방향”이라며 “모든 학생들이 공익의 가치를 생각하는 인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올바른 사람 되도록 도와주는 게 대학의 본분”▼
인성교육 추구 최성해 동양대 총장
“공공성은 대학 교육이 지켜야 하는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62·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사진)은 9일 “대학이 여러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학과 대학생의 근본을 성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반듯한 사람됨을 토대로 전공 실력을 쌓는 ‘공공 인재’가 대학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북서울(동두천)캠퍼스를 설립한 것도 이런 이유다.
동양대는 개교 때부터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인성교육이 전부는 아니지만 인성이 빠지면 전공 실력도 빛을 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무원사관학교 운영은 인성과 전공을 겸비한 교육을 상징한다. 북서울캠퍼스가 공공인재 육성을 위한 특성화교육을 표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총장은 “대학은 학생들이 올바름을 추구하는 인물이 되도록 도와주는 게 본분”이라고 했다. 인성과 지식이 부족한 채 입학해도 4년을 생활하면 학생들의 됨됨이와 전문 실력이 반듯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재학생의 이름을 거의 외운다. 교정에서 만나면 학생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게 학생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소수서원의 유서 깊은 교육정신을 계승하는 개교 초심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인성교육관(현암정사)을 볼 때마다 ‘큰 배움’이라는 대학의 사명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꿈을 키우는지 두려운 심정으로 돌아봅니다.”
그는 개교와 함께 총장을 맡으면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새롭게 일으킨다’는 ‘소수(紹修)’의 뜻을 깊이 새겼다. 사사로움을 넘어 공동체 발전을 자신의 삶과 융합하는 자세가 공공 인재의 모습이라고 했다.
최 총장은 “자녀가 동양대에 다니더니 언행이 아주 반듯해졌다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뭉클하고 보람을 느낀다”며 “졸업생이 사회 곳곳에서 인성이 반듯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일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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