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부양 조카의 유산 몫은? 법원 “기여분 25%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03시 00분


해외거주 자녀대신 간병-임종… 사망 6개월전 양자로 입양돼
‘조카에 상속’ 유서는 주소없어 불인정

2011년경 췌장암 선고를 받은 A 씨가 투병생활을 시작한 뒤 그의 곁을 지킨 건 자녀가 아닌 조카였다. 평소 A 씨를 잘 따르고 돌보던 조카 B 씨(41)는 독일에 있는 자녀들을 대신해 간병과 간호를 전담하는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다. 전직 외교관인 A 씨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독일로 망명해 1981년 이혼했고, 독일에서 지내던 자녀 3명은 1990, 1991년경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그 무렵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한 A 씨는 점점 친자식들과 교류가 뜸해지는 대신 조카와 각별한 관계로 지냈다.

병세가 악화되자 2012년 4월경 A 씨는 조카를 양자로 삼았고 6개월 뒤 세상을 떠났다. 죽기 석 달 전에는 “내 장례를 조카가 집전해 주고 유산 중 현금 1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조카에게 상속해준다”는 유언장도 남겼다.

장례를 치른 후 2013년 초 조카 B 씨는 독일에 있는 자녀들을 상대로 “내가 A 씨를 홀로 부양하고 간호하고 임종도 지키는 등 특별히 모셨으므로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분을 100%로 해 달라”며 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배인구)는 “홀로 귀국한 A 씨를 20여 년간 자주 찾아가고 병원에 모시고 가는 등 뒷바라지한 사실 등을 종합해 보면 특별히 부양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B 씨의 기여분을 25%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A 씨가 죽기 전 남긴 유서에 대해서는 “A 씨가 자필로 주소를 남기지 않았고 법정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식의 기여분 청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법원에서 입양된 조카에게 25%의 기여분을 인정한 데에는 친자식의 왕래가 없었던 점과 비록 효력은 없지만 A 씨가 남긴 유언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속재산 분할청구 사건은 2011년 154건, 2012년 183건, 2013년 200건, 지난해 266건, 8일 기준 올해는 287건이 접수돼 매년 20∼30%가량씩 늘고 있다.

“내가 막내이지만 부모님을 오래 모셨다. 형보다 더 상속재산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식으로 기여분을 인정해달라며 법원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기여분을 인정받으면 상속재산에서 일부 몫을 먼저 가진 뒤 나머지 재산에 대해 공동상속인과 균등히 나누게 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배우자의 기여분은 최대 50%까지 폭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자식의 경우에는 최대 20% 정도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미 부모가 사망 전에 특별 수익으로 일부 재산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고, 효도의 정도를 기여도로 환산하기 어려워 아주 엄격하게 따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기여분

상속법상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거나 피상속인을 부양한 자에 대해 상속분 산정 시 그 기여도만큼 가산해 주는 제도. 공동 상속인 간의 협의에 의해 정하며, 협의할 수 없을 때는 기여분을 주장하는 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법원#상속#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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