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52분 경 은신 중이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서 ‘자진퇴거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11시 16분 경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함께 일주문을 통해 자진퇴거 했다.
경찰은 경내를 벗어난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곧바로 집행, 남대문 경찰서로 이송해 조사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이마에 질끈 동여맸다. 이어 A4용지 3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그는 자신의 구속에 대해 “정권이 짜 놓은 각본에 따라 구속이 되는 것을 피하지 않겠다”며 “광기어린 정권에 누가 옳은지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저임금 체계를 만들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나마 2년 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귀족노동자 조직에 불과하다면 왜 비정규직악법을 막기 위해 온갖 탄압과 피해를 감수하며 총궐기 총파업을 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에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반박했다.
그는 폭력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에 대해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다”며 “저는 해고노동자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다. 아이들은 꿈을 포기하고 단란했던 가정은 파탄 났다”고 했다. 또한 “저는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악을 막겠다며 투쟁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1급 수배자 한상균의 실질적인 죄명”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위원장을 구속하고 민주노총에 대한 사상유래 없는 탄압을 한다 하더라도 노동개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원들에게 “16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 총궐기 투쟁을 위력적으로 해내자”며 “감옥 안에서라도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 승리 소식만은 꼭 듣고 싶다”고 지속적인 투쟁을 당부했다.
야당을 향해선 “당 원내대표가 수차례 당론이라 밝혔지만 국민은 여전히 당신들의 입장을 묻고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동개악 법안 처리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조계사에서 25일 간 머문 것과 관련 “부처님의 자비의 품에 이 땅 2000만 노동자의 처지를 의탁한 25일 동안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준 조계종과 조계사 스님, 신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크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소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24시간 동안 유효하다. 경찰은 한 위원장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이르면 11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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