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이 양 손에 망치와 쇠톱을 들고 아파트 단지에 나타났다. 9일 새벽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다. 숨죽여 소화전 함을 열고는 소화전 부품을 하나둘 떼 내기 시작했다. 이 건물 1~7층 7개 소화전함에서 챙긴 소화전 관창과 마개는 고스란히 포대에 담겼다. 작업에 열중하던 남성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오전 4시경 붙잡혔다. 복도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남성을 본 아파트 주민이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이 아파트에서 6년여 경비원으로 일하던 허모 씨(73)였다. 이날도 야간근무를 서던 허 씨는 새벽 시간대 주변의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소화전 부품을 훔쳤다.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일터에서 도둑질을 하려 했던 건 해당 아파트가 곧 재개발될 예정이었기 때문. 전체 거주민의 약 5%만 남은 상황에서 이사를 떠나는 주민이 고물을 버리는 것을 본 허 씨는 이를 내다 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근처 철물점에 가서 시세까지 물어본 허 씨는 일부 청동이 섞인 소화전 부품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범행 타깃을 정했다. 일반 고철이 ㎏당 30~50원을 쳐주는 데 반해 청동은 ㎏당 1800원까지 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소화전 부품 17점을 훔친 혐의(절도)로 허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허 씨는 기자에게 “사람이 없고 철거된다니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견물생심이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청동 인지 파악하기 위해 자석까지 들고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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