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이 빼내 귀띔… 檢, 3명 기소
정보받은 애널리스트, 증권가 흘려
자산운용사 등 249억 이득 챙겼지만 당시 법률 맹점으로 처벌 면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 수출계약을 맺은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챙긴 연구원과 현직 애널리스트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에게 얻은 정보로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은 2차 정보수령자를 처벌하지 않는 사건 당시 법의 허점 때문에 책임을 모면했다. 전체 시세차익은 264억 원 수준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이진동)는 올 3월 한미약품의 수천억 원 규모 수출 계약 발표 직전 해당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이 회사 연구원 노모 씨(27)와 대학 선배인 애널리스트 양모 씨(30)를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노 씨는 주식 투자로 8700만 원을 챙겼고 그에게서 정보를 접한 양 씨는 1억4700만 원을 챙겼다. 양 씨는 또 업계에서 자신의 명성을 높이겠다며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에게 해당 정보를 넘긴 혐의도 받고 있다. 같은 수법으로 1200만 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노 씨의 대학동기 이모 씨(27)는 벌금 7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한미약품은 올해 3월 19일 미국의 글로벌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와 총 7800억 원 규모의 라이선스·협력 계약 체결 사실을 발표했다. 계약 체결에 앞서 1월 미 업체 측의 실사 준비에 참여하기도 했던 노 씨는 3월 해당 정보를 취득한 지 사흘 만에 양 씨와의 통화 과정에서 정보를 전했다.
당시 애널리스트 경력 10개월째였던 양 씨는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3월 10∼13일 자산운용사 등 10개 기관투자가 펀드매니저 12명에게 해당 정보를 건넸다. 수사기관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로만 전달했다. 이 정보로 자산운용사 등은 적게는 7000만 원에서 최대 63억 원까지 총 249억 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정보 전달로 명성을 쌓은 양 씨는 기존 투자증권사보다 연봉 10%를 더 주는 한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겼다. 양 씨는 당시 업계 지인과 “(이번 일로) 입신양명하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중 펀드매니저 등은 2차 정보수령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들의 부당한 거래가 2, 3차 정보수령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올해 7월)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밝혀진 이들의 부당이익도 계약 발표 직후 이틀(19, 20일)간의 주가 상승 폭만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실제 이익은 훨씬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미공개 정보 취득에 따른 부당이익은 해당 정보를 통해 주식을 거래한 뒤 최초로 주가 흐름이 바뀔 때까지를 기준으로 산출하고 있다. 당시 계약 발표 전날(3월 18일 종가 기준) 18만2000원이었던 한미약품 주가는 10일 현재 69만7000원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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