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할머니 1심 무기징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2일 03시 00분


“피해자 구호 조치 안해” 배심원 전원, 유죄 판단
재판부 “농약 미리 준비해 범행”, 피고인 할머니 “거짓말 안해… 억울”

경북 상주에서 사이다에 살충제를 타서 이웃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구속 기소된 박모 할머니(82)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손봉기)는 11일 이른바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 할머니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만장일치 유죄로 인정한 배심원 7명의 평결을 받아들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농약을 미리 준비해 범행한 점,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아 피해자들을 숨지게 하거나 중태에 빠뜨린 점, 마을 주민들을 서로 의심하게 해 공동체를 무너지게 한 데다 피해 회복이 어렵고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 등으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대담해 죄질이 나쁘다. 증거가 충분한데 범행을 부인하고 이번 사건으로 마을이 파탄 났다”며 박 할머니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박 할머니는 최후 진술에서 “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피고인 신문에서 “다른 할머니가 마을회관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내 오는 것을 분명히 봤다. 나이 80이 넘어서 왜 그런 짓(살충제를 타는 일)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7일 시작한 이번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단이 유무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무선 헤드셋마이크와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을 준비해 배심원 설득에 집중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피해 할머니 2명을 비롯해 최초 신고자, 행동분석 전문가, 수사 경찰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 모두 16명(검찰 측 14명, 변호인 측 2명)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 자료 580여 건, 검찰의 수집 자료 4000여 쪽 등 유례없는 기록도 남겼다. 2008년 1월 처음 시행한 국민참여재판은 재판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배심원의 평결을 참고해 유무죄를 판단한다. 박 할머니는 올해 7월 14일 상주시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 냉장고에 있는 사이다에 살충제를 넣어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농약사이다#할머니#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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