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공항 관제시설 마비… 항공기 20대, 불빛-무전기 의존 아찔 착륙
항공기 77편 지연… 승객 항의 빗발… 국토부 “관제탑 직원 실수탓 추정”
대응도 미숙… 예비장비 가동 안돼
연간 승객 2500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국제공항 관제시설의 통신장비가 이상을 일으켜 착륙을 위해 상공에 대기 중인 항공기와 연락하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관제시설 고장은 76분이나 이어졌지만 직원들이 비상시스템을 제때 작동시키지 못하면서 항공기 20여 대는 관제탑의 도움 없이 착륙했고 밤늦게까지 모두 77편이 지연 운항했다.
13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와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12일 오후 6시 50분 발생한 제주공항 관제시설 통신장비 고장으로 오후 8시 6분 자동 관제시스템으로 복구될 때까지 76분 동안 송수신 장애가 발생했다.
통신 장애가 생긴 직후부터 오후 7시 40분까지 50분간 제주 상공에 떠 있던 항공기 10대는 제주공항 안내등 불빛(라이트건) 유도와 공항에 착륙해 있던 같은 회사 항공기와의 비상무선 교신을 통해 가까스로 착륙했다. 또 오후 7시 40분부터 26분간은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이 무전기 형태의 비상송수신기로 비상교신을 하며 제주공항 안내등으로 유도해 하늘에 떠 있던 항공기 10대를 착륙시켰다.
제주공항 통신기기는 주 장비와 예비 장비를 포함해 근접관제소 12대, 관제탑 8대가 있다. 근접관제소는 제주공항에서 가로세로 135km 거리부터 하늘에 떠 있는 항공기와 교신을 한다. 또 관제탑은 제주공항에서 9.4km 범위 내 항공기와 근접 교신을 한다. 비상 상황 매뉴얼에는 관제탑과 근접관제소 통신장비 주 장비가 작동되지 않을 경우 예비 장비로 전환해 항공기와 교신하도록 돼 있다. 예비 장비마저 작동되지 않을 때 마지막 단계에 활용하는 방법이 비상송수신기와 라이트건 사용, 같은 항공기끼리 교신이다.
이날 제주공항 관제시설 통신 먹통으로 항공기 77편이 지연 운항되면서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승객 조모 씨(30)는 이날 오후 8시 15분 제주에서 출발해 대구로 가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오후 11시 30분이 돼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조 씨는 “자꾸 이륙 시간이 지연되니까 항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오후 6시 45분 김포공항과 오후 6시 55분 광주공항에서 이륙해 제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OZ8951편(승객 168명)과 OZ8147편(승객 119명)은 제주공항과 통신이 되지 않아 아예 회항했다. 김포와 광주공항으로 되돌아온 항공기 2편은 다시 이륙해 예정 시간보다 2, 3시간 늦게 제주에 도착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회항한 항공기 기장들이 통신 불능 상황을 기내방송으로 설명해 환불을 요구한 승객은 없었다”며 “10여 년 동안 근무하면서 관제탑과 통신 두절된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 관제탑에서 통신시스템을 담당한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의 실수로 통신장비가 마비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직원들이 주 장비와 예비 장비에 장착하는 전자카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통신마비 상황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신기기 이상이 생긴 상황에서 예비 장비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럴 때 직원들이 수동으로 예비 장비를 가동시켜야 하는데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직원들 실수가 아닌 통신기기 결함으로 예비 장비 전환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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