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고혈압은 심장의 피를 팔, 다리 등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대동맥의 압력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폐고혈압’은 고혈압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다. 심장에서 혈액이 폐로 나가거나(동맥), 폐에서 심장으로 들어오는(정맥) 혈관 압력이 높은 질환이다. 고혈압은 약을 먹거나 관리를 잘 하면 정상 혈압을 유지할 수 있지만 폐고혈압은 식생활 관리나 약물 치료 등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다.
특히 ‘폐동맥 고혈압’은 폐고혈압의 3%에 불과한 희귀 질환이다. 국내에 약 4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년 전만 해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평균 생존 기간이 2.6년에 그쳤다. 최근 국내외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전문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생존 기간이 평균 7.6년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사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것이 분명하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평균 연령은 48세로 상대적으로 젊다. 그리고 여성이 80%를 차지한다. 40대 중후반의 중년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나위 없이 크다.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폐동맥 고혈압도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폐동맥 고혈압 등록사업 결과를 보면 처음 숨이 차서 의사에게 가기까지 2개월, 폐고혈압 가능성을 듣기까지 6개월, 폐동맥 고혈압 전문클리닉에서 확진받기까지 1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을 빨리 받고 치료받았을 때 생존 기간이 더 길어졌다는 국내 폐동맥 고혈압 등록사업(KORPAH) 결과도 있다.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기대할 수 있다. 임상적 의심에서 확진까지의 시간을 줄여야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사회와 보험당국 등 정부의 관심이다. 전문클리닉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아직도 국내에 도입되지 못한 ‘표적 치료제’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질환의 마지막 단계에서 쓰이는 정맥주사제의 경우 일본에서는 환자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당국의 무관심 속에 20년째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센터 지정을 통한 조기 확진 및 치료체계 확립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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