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봇-첨단의료 산업 허브로… 달구벌 르네상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경제 체질 바꾸는 대구

시장 접견실은 ‘中企제품 전시장’ 대구시장 접견실에 전시 중인 대구지역 우수중소기업의 50여 개 제품.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시장 접견실은 ‘中企제품 전시장’ 대구시장 접견실에 전시 중인 대구지역 우수중소기업의 50여 개 제품.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 하면 아직도 ‘더위’나 ‘사과’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뒤에는 ‘물산업중심도시’ ‘로봇산업1번지’ ‘에너지자족도시’ ‘첨단의료산업’을 꼽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 이미지를 바꿀 만큼 대구의 산업기반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물산업 중심 도시… 기회의 땅 대구

대구시-中이싱시 물산업 협력 협약 권영진 대구시장(앞줄 가운데)과 장리쥔 이싱 시장 등이 14일 중국 장쑤 성 이싱 시에서 물산업 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마치고 성공적인 추진을 다짐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中이싱시 물산업 협력 협약 권영진 대구시장(앞줄 가운데)과 장리쥔 이싱 시장 등이 14일 중국 장쑤 성 이싱 시에서 물산업 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마치고 성공적인 추진을 다짐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14일 중국 장쑤(江蘇) 성 이싱(宜興) 시에서 대구환경공단과 중국 환경보호부 이싱환보과기공업원, 환경관리기업 ㈜엔바이오컨스(서울 마포구), 장쑤필립환보공정유한공사 등 4개 기관이 협약을 체결했다. 4억 위안(약 720억 원)을 투자해 하수처리전문기업을 설립하는 협약이다. 이싱 시는 중국 환경설비의 80%가 생산되는 곳이다.

합작기업이 가동되면 중국 전역의 하수 처리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는 물산업클러스터 기업 유치뿐 아니라 거대한 중국 물산업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엔바이오컨스는 장쑤필립환보공정유한공사에 1억 위안(약 18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도 맺었다. 이동완 엔바이오컨스 대표는 “대구시와 협력해 큰 성과를 거뒀다”며 “본사와 연구소의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는 물산업 투자 유치 행사가 열렸다. 대구시가 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하는 물산업클러스터 투자 유치를 위해 마련했다. 두산중공업과 코오롱글로벌 등 물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30여 곳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날(10일)에는 롯데케미칼(대표 허수영)이 물산업클러스터에 500억 원을 투자하는 협약을 대구시와 맺었다. 내년 7월 공장을 착공해 2017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세계적 수준의 멤브레인(고도정수필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올 4월 168개국 4만6000여 명이 참가한 세계물포럼(WWF)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물산업 중심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물산업의 목표는 식수와 공업용수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안전한 물 확보가 지구촌 전체의 과제인 것을 감안하면 대구의 목표는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현재 한국의 물산업 국제경쟁력은 세계 14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달성군에 조성되는 국가산업단지(855만 m²)는 대구의 미래를 이끌 심장이다. 내년에 1단계를 마무리하고 2020년까지 2단계(263만 m²)를 조성한다. 현재 134개 기업이 분양을 받았다. 입주 업종은 물산업단지를 비롯해 전자통신, 첨단기계, 미래형 자동차부품,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낙동강 신산업벨트의 중심’으로 불리는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대구의 미래형 산업기반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와 혁신도시 내 첨단의료복합단지에도 기업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최근 대구 북구 3공단에 있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에서는 로봇산업클러스터 출범식이 열렸다. 세계적으로 로봇이 주력 산업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대구가 로봇산업 중심지가 되는 첫발을 뗀 것이다. 현재 32개 로봇기업이 입주(입주율 72%)했다. 세계적인 로봇기업인 독일 ‘쿠카’사도 참여할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정경원 KIRIA 원장은 “세계적으로 로봇산업은 연간 20%가량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며 “클러스터는 국가 로봇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의 지혜로 개방적 대구 만들자”

시민 참여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바꿔 가기 위한 노력도 뜨겁다. 대표적인 것이 시민원탁회의. 대구시는 지난해 9월 안전한 도시를 주제로 첫 시민원탁회의를 열었다.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은 흔하지만 대구로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몇몇 전문가나 공무원 중심의 원탁회의가 아니라 시민 400∼500명이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 최근 관련 조례도 만들었다.

22일 오후 7시 대구 남구 프린스호텔에서 올해 마지막 회의(4차)가 열린다. ‘청년이여, 대구를 말해봐!’를 주제로 대학생 취업준비생 창업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1부는 지역 청년들의 생활과 고민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찾고 2부는 청년이 살아갈 대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토론한다.

원탁회의 결과는 대구시의 정책으로 연결된다. 올 5월 열린 1차 회의는 ‘시민이 만드는 대구 축제’가 주제였다. 축제 종류는 많지만 대구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해 낭비라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회의 결과 축제 종류는 많지만 기획력이 부족해 시민들의 관심이 낮다는 결론을 얻었다. 운영위원장인 김영철 계명대 교수(경제금융학과)는 “도시 발전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주제를 결정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개방적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이 꿈꾸는 대구’를 주제로 9월 열린 시민원탁회의에서는 대구의 미래에 대해 골고루 함께 일하는 도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관광, 문화적 기반이 풍부한 도시 등이 발전 방향으로 모아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원탁회의는 공유와 책임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높이고 소통으로 지역 분위기를 바꾸는 유쾌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산업#대구#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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