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해운대역 근처. 대구에서 왔다는 40대 주부가 ‘고래사(古來思)어묵 해운대점’의 외관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대형 어묵꼬치 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하는 이곳은 연면적 660m²에 1층 판매장, 2층 체험장 및 구매한 어묵을 먹을 수 있는 카페를 갖추고 있다. 올 2월 문을 열자마자 독특한 건물 디자인이 입소문을 타며 해운대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고래사 측에 따르면 6∼9월 이 매장을 찾은 외국인은 월평균 2000여 명에 육박했다. 하루 매출은 최대 3000만 원에 달했다. 비결은 건물 외관만이 아니다. 고래사어묵은 52년 전통의 부산의 대표 어묵 브랜드. 건물 외관만큼 차별화된 제품으로 고급화를 지향한다.
고래사의 대표작은 어묵으로 면을 만든 어(魚)우동. 어묵 특유의 구수한 맛에 신선한 식감을 더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어우동에 들어가는 면의 생선 함유량은 75% 정도로 젓가락으로 쉽게 부서지지 않으면서 혀로 끊을 수 있는 적절한 탄력과 부드러움을 갖췄다. 소화가 잘돼 속이 더부룩해지는 현상도 적다. 고래사 김형광 대표는 “어우동을 만들기 위해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어묵을 이용한 면 제품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 밖에 고래사는 생선살 면발을 고추장으로 볶은 ‘어볶이’, 해물을 넣은 ‘어짬뽕’, 크림소스를 얹은 ‘어파게티’ 등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어볶이는 카레를 활용한 ‘어카레’, 소시지 맛과 모양의 ‘어시지’ 등과 함께 어린이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김 대표는 “어묵으로 얼마나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며 “세계 각지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식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성인 남성들에겐 ‘용궁(어묵회)’이 인기다. 특수 가마 공법으로 만든 용궁은 즉석에서 잘라 먹을 수 있고 샐러드나 초밥 등의 요리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만능 어묵. 간장 등에 찍어먹으면 쫄깃한 식감과 진한 맛이 일품이다. 이 역시 고래사만의 자랑거리다. 여기에 야채 문어 치즈 깻잎 감자 등 다양한 농수산물을 넣어 만든 어묵 베이커리도 4계절 별미다.
고래사가 길거리 음식이나 반찬 재료에 머물던 어묵을 고급 음식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은 ‘도전 정신’이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 ‘Mr. 어묵’으로 불릴 만큼 어묵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묵을 튀긴 뒤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던 스펀지와 부직포를 대체할 위생 탈유기를 만드는 데만도 무려 8년 넘게 걸렸다.
이처럼 위생을 중시하는 김 대표의 고집은 어묵 원료에서도 드러난다. 고래사는 화학조미료나 합성보존료, 합성착색료를 일절 넣지 않는다.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해 밀가루 대신 감자전분 등을 사용한다. 잡어 대신 명태를 사용하고 풍부한 생선살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수산신지식인 최우수상 수상자로도 뽑혔다. 앞서 고래사는 2006년 부산시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하는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업소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고래사 매장은 전국 8곳으로 모두 직영체제다. 부산(5곳)에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수도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시의 ‘AK 플라자 분당점’에 입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이은 수도권 2호점이다. 나머지 1곳은 롯데백화점 울산점에 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얀마에 현지 매장을 운영 중이며,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베이징에 직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증가하는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내년 3월 부산 사하구에 제2 공장도 오픈한다. 김 대표는 “다양한 어묵 요리로 ‘음식 한류’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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