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초 인터넷 게시판을 둘러보던 홍유미 씨(20·여)의 눈이 번쩍 뜨였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는 업체 광고였다. 첫사랑인 박모 씨(22)와 헤어진 지 한 달째. 기대가 큰 만큼 집착도 강했다.
헤어지기 전 홍 씨는 박 씨에게 짬이 날 때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라거나 저녁 약속 자리에 간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를 만나냐”고 캐묻기도 했다. 이런 태도가 이별을 불러왔다고 후회했지만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홍 씨는 게시판에 올라온 컨설팅 업체에 연락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글로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 방법을 듣는 컨설팅을 받았다. 그 와중에 실제로 헤어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게 해주는 ‘작전’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400만 원을 내면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처럼 업체 직원들이 우연을 가장해 둘을 다시 연결해준다는 것.
홍 씨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작전을 의뢰했다. 그리고 첫사랑을 되찾았다. 홍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비스를 신청하고 ‘작전’에 들어간 지 석 달 만에 다시 헤어진 남자친구를 만나게 됐다”면서도 “또 헤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금도 업체에 행동이나 메시지 보내는 법 등을 종종 묻는다”고 말했다.
최근 홍 씨처럼 헤어진 연인과 재회를 꿈꾸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대개 친구나 동료에게 받던 연애 상담이 이제는 돈을 받고 컨설팅해주는 하나의 시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런 업체들이 제공하는 컨설팅은 온라인을 통한 서면 상담부터 업체 직원들이 헤어진 연인에게 접근해 다시 연결해주는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업체들은 서면 상담에 5만∼20만 원, 실제 ‘작전’을 벌이는 데에는 25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받는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이런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은 편이다.
본보가 직접 컨설팅 업체인 A사에 상담이 가능한지 문의해보니 5만 원짜리 서면 상담 프로그램은 이미 한 달 치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1시간에 20만 원짜리 전화상담 프로그램도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업체 B사 대표는 “작전 의뢰가 월 평균 6건은 들어오는데 이들의 재회를 성사시킬 확률은 70∼80%”라고 주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최근 젊은 세대는 자존심이 세 친구보단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내서라도 도움을 받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이별한 사람은 얘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 심리적 위안을 받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부추기는 서비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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