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조치 없이 한달째 보수공사… 자재 먼지 날려 손님들 발길 뚝
커피전문점 등 점포 16곳 문닫아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사입니까.”
15일 대구 북구 유니버시아드레포츠센터 입구에서 만난 한 상가 주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철거 업체가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작업하는 것을 보며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달 16일 센터 보수공사가 시작돼 현재 낡은 시설물을 뜯어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센터 정문에는 폐기물 더미가 쌓여 있어 통행이 불편한 상황이다. 폐기물과 자재를 치우는 과정에서 먼지까지 날리지만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부족해 행인들은 지날 때마다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다닐 정도다.
센터 내부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바닥에는 먼지가 앉아 있고 입구는 자재 박스가 차지하고 있다. 한 업주는 “얼마 전에는 하루 종일 용접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손님이 오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유니버시아드레포츠센터 상가들이 개점휴업 상태다. 센터를 운영하는 대구도시공사가 보수 공사를 추진하면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의류 매장을 비롯해 분식점, 커피전문점, 휴대전화 판매점 등 점포 16곳은 연락처가 적힌 안내문을 내걸고 문을 닫았다. 손님이 전화하거나 챙길 물건이 있을 때만 잠시 가게에 나오고 있다. 센터 측이 공사를 이유로 영업을 허용한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처음에는 손님이 일부 찾아왔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구상원 상가번영회 총무는 “장사가 안 돼 수입이 한 푼도 없는데 도시공사가 전기 수도 가스요금을 징수하겠다고 해서 불을 끄고 영업을 중단한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생계를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하 1층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 50명 이상이던 학생은 현재 20명으로 줄었다. 이마저 곧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개월 임대료 200여만 원이 밀리자 센터는 다음 달 상가를 비워 달라며 계약해지 소송 통보까지 보냈다. 계약 해지에 따른 법적 비용도 모두 김 씨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그는 “2009년 입주해 센터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했다”며 “오직 법만 앞세우는 센터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구도시공사가 상가 업주를 상대로 횡포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센터가 정밀 안전 진단에 따라 보수공사를 하면서 상가 업주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상인들은 도시공사 측이 피해 보상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대화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가번영회는 조만간 대구시청에서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북구가 중재에 나섰다. 14일 도시공사에 협조 공문을 보내 대화 창구 개설과 민원 내용 적극 수용 검토, 보수 공사 석회먼지와 유독가스 발생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청했다. 업주들이 요구하는 공사기간 영업 손실 및 공사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북구 관계자는 “지자체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지만 사태 해결까지 진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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