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노후자금 평균 1억8800만원 아들 둘 결혼시키면 9000만원 빚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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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0, 60대 ‘이모작’ 실태

서울 중랑구에 사는 주부 A 씨(61)는 지난해 아들을 결혼시키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들이 자금이 부족해 신혼집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지만 덜컥 내줄 목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래층 세입자를 내보내고 아들 내외의 신혼집으로 꾸몄다. A 씨는 “아들도 언젠가는 집을 얻어서 나가야 할 것이고, 아직 미혼인 딸도 결혼할 때 보태줘야 하지 않겠나. 집 하나 달랑 있는데, 교외로 이사를 가야지만 자식에게 보태줄 돈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그나마 작지만 자택을 포함해 약 3억 원의 자산이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다. 16일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시 50+세대 인생이모작 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중장년층은 평균 1억8800만 원의 노후자금(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마련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혼 자녀의 결혼 비용으로 상당 부분 쓰일 것으로 보여 ‘실버 푸어’(빈곤한 노년층)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7, 8월 실시된 이번 조사는 서울 거주 50∼6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삶의 질과 직업, 소득 및 자산, 가족관계 등 9가지 항목에 대해 전문조사원이 면접 조사했다. 현재 50, 60대는 1980, 90년대 고도성장기를 이끌며 한국을 선진국 문턱에 올려 놓았지만 정작 본인의 노후 대책은 미비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참여자들의 월평균 가구 수입은 431만 원, 지출은 288만 원. 연차와 경력이 쌓여 비교적 높은 수입을 얻고 있지만 근로소득 비중이 90.9%에 달해 퇴직 후에는 곧바로 급격한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응답자들은 70세 이후 필요한 노후자금으로 평균 3억3000만 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재 마련한 자금은 57% 수준인 1억8800만 원에 그쳤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갈 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아들 1명을 결혼시키는 데 평균 1억3900만 원이, 딸은 6500만 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아들을 2명 결혼시킬 경우 2억7800만 원이 필요한데, 산술적으로 노후자금(1억8800만 원)을 모두 쓰고도 9000만 원의 빚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성별에 상관없이 자녀 두 명의 결혼 비용을 보탤 경우 남은 노후자금은 1억 원 이하로 떨어졌다.

주된 일자리의 평균 은퇴 연령은 남성 53세, 여성 48세였다. 퇴직 후 남성의 85.3%, 여성의 37.7%가 재취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55.4%)만 새 일자리를 구했다. 뒤늦게 노후 대비를 하려고 해도 일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셈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노후자금#결혼자금#인생이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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